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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철의 깨는 투자] 기술력은 짧고 비즈니스모델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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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철의 깨는 투자] 기술력은 짧고 비즈니스모델은 길다

입력
2009.04.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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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발생했던 금융시장의 버블 뒤에는 사람들이 혁신적이라 믿던 기술이 있었다. 17세기 다양한 색깔을 내는 튤립, 20세기 초 라디오와 철도, 근래에는 인터넷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대를 막론하고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기술의 탄생에 대중이 얼마나 열광하는가에 대한 명백한 증거다.

산업 전체가 아니라 개별 기업의 분석에 있어서도 이는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많은 투자자가 대상 기업의 기술력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연구개발을 선으로 여기고 각종 특허를 진입 장벽이라 여긴다. 하지만 과거 경험으로 볼 때 기술력이 경제적 해자(垓子ㆍ적의 침입을 막기위해 성밖을 둘러 파 만든 못)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설사 경제적 해자로 작용하더라도 지속 시간이 짧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기술력은 사실 특정 범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이 내 기술력이 최고라고 자부하던 분야 자체가 사람들에게 더 효용을 제공하는 새로운 분야에 의해 대체돼버리면 기술력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예컨대 '삐삐'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업에 투자했는데, 삐삐 분야에서 더 나은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나타나서가 아니라 휴대폰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등장해 투자가 실패로 연결될 수 있다.

또 세상에 비밀이란 없다. 시간이 지나면 기술력은 대개 평준화한다. 기술을 머리 속에 가진 사람들이 회사를 옮겨 다니거나 직접 회사를 만들기 때문이다. 셋톱박스 산업이 대표적이다. 초기에는 휴맥스 등 몇몇 기술력 있는 회사만이 이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지배 회사들의 인력들이 이동해 수많은 경쟁사가 탄생했다. 결과적으로 셋톱박스 분야의 기술력은 평준화됐고, 레드오션 시장이 되고 말았다. 기술력의 수명은 이처럼 짧다.

그럼 혁신을 추구하는 야심찬 투자자가 찾아야 할 대상은 무엇일까. 정답은 혁신적인 기술력이 아니라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이다. 기업 역사를 살펴보면 벤처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해 지금까지 살아남은 대부분의 회사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기반으로 남들과는 다른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한 곳들이었다.

컨베이어벨트를 도입한 포드, 라이센스를 파는 마이크로소프트, 검색광고 모델을 만든 구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애플, 가맹점과 소비자 양쪽에서 이익을 챙기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플랫폼을 파는 닌텐도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메가스터디 웅진코웨이 지마켓 키움증권 더존디지털웨어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해당 산업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해 투자자에게 많은 수익을 안겨줬다.

비즈니스모델이 기술력과 다른 점은 시간이 갈수록 네트워크 효과 등에 의해 더 강력해진다는 것과 임직원이 나가더라도 쉽게 복제해서 같은 사업을 만들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기술은 인류의 삶을 진보 시키지만 정작 투자자에게 돈을 벌어주는 것은 기업이 구축한 강한 비즈니스모델이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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