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호텔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 손님의 사생활을 보호해주기 위해 자동차 번호판을 가리는 행위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 강남구 Y모텔의 종업원 이모(33)씨는 지난해 10월 모텔 주차장 안에 있는 투숙객의 자동차 2대의 번호판을 직사각형 판으로 가려줬다가 경찰의 단속에 걸렸다. 경찰은 이씨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즉결심판에 넘겼다.
자동차관리법 제10조에는 '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고, 제82조는 위반시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는 경찰의 처분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과속이나 불법주차 단속을 피할 목적이 아니라, 숙박업소 주차장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가린 경우에 정식재판이 청구되기는 이씨의 사건이 처음이었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안성준 판사는 "자동차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큰 장애가 없는 곳에서까지 처벌조항을 적용하면 범위가 무차별로 확대될 수 있다"며 이씨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부장 김필곤)는 31일 "자동차관리법은 번호판을 가리는 금지 행위에 대해 장소 제한을 두지 않았고, 일반적 위험성이 있는 행위라면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며 원심을 깨고 이씨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씨에게는 벌금 5만원이 선고됐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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