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은 지난 것일까. 경기 지표에 조금씩 봄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어떤 지표들은 급락세에서 벗어났고, 어떤 지표들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섰다. 온통 환란 이후 최악, 또는 사상 최악의 지표로만 채워졌던 때와는 분명 달라진 분위기다.
물론 이런 변화들이 감지된 것이 1~2개월에 불과하다. 아직은 지표들마다 가리키는 방향도 엇갈린다. 그래도 이번 겨울이 너무 길고 추웠기 때문일까. 봄은 아직 멀었을지언정 겨울의 끝자락에는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충만하다.
우선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들이 적지 않다. 투자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생산과 소비가 모두 전달보다 늘어났다.
광공업생산은 2개월 연속, 서비스업생산은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증가폭도 꽤 확대됐다. 소비(소비재판매) 역시 7개월만에 플러스(5.0%)로 돌아섰다. 특히, 앞으로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14개월간의 마이너스 행진에 종지부를 찍고 상승 반전(0.5%포인트)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기업들의 체감 온도도 많이 따뜻해졌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제조업의 3월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57로 전달(43)보다 14포인트 급등했다.
여전히 기준치(100)에 한참 못 미치지만, 월별 상승폭으로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경상수지가 2, 3월 연속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것도 경기 회복에 긍정적 신호들이다.
하지만 아직 경기 바닥을 언급하기엔 너무 성급한 측면이 있다. 경기 지표들이 전달에 비해서는 증가세로 돌아섰다지만, 1년 전과 비교(전년 동월비)하면 여전히 감소세가 확연하다.
게다가 수출과 투자는 플러스 전환이 아직 요원해 보인다. 공식 실업자가 1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는 등 고용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도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 자동차 파산, 동유럽 외채 문제 등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해외 악재들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 전문가들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편다. 잠시 회복되는 듯하다가 다시 내리막을 걸을 수도 있고(더블 딥), 지금과 같은 상황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도 있는(L자형 불황) 만큼 적어도 2분기까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닥을 쳤느냐 안쳤느냐도 중요하지만 바닥 상태에서 얼마나 오래 갈 것이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며 “당장 몇 개 지표가 좋게 나왔다고 장밋빛 전망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소비나 투자, 그리고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야 경기 회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악의 저점을 지났다고 해도 앞으로 반등의 강도는 점점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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