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로켓 발사 강행으로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 한층 혼란스러운 국면으로 빠졌다. 미국은 '직접적인 외교'를 천명하며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보다 더욱 적극적인 양자접촉을 통해 문제를 일괄타결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해왔다. 로켓의 탑재물이 궤도에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북한이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로켓을 쏘아올림으로써 양국 관계는 경색국면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은 단기적으로는 북한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끌어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수뇌부들이 '상응한 결과'를 강조해왔고 일본 등 관련국들이 현실적으로 느끼는 안보 불안 요인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앞으로 있을 지 모를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을 통한 국제공조나 개별 제재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새로운 대북 안보리 결의가 무산될 것에 대비해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전략무기수출입 통제 확대 등 개별 제재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대북 강경노선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북한 로켓 발사가 임박한 시점에서 미국 정부의 입장이 신중하고 유연한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2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필요하다면 요격할 것"이라고 밝힌 데서 확인됐던 강경기조는 지난달부터 달라지기 시작해 "미국에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되지 않는 한 요격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로 크게 톤 다운됐다.
로켓 발사를 막을 현실적인 지렛대가 없는 상황에서 사전 대응 보다는 사후 해법 모색으로 무게추를 옮긴 것이다. 안보리를 통한 결의나 개별 제재의 효과가 제한돼, 대북 강경책이 자칫 대북 정책의 입지만 옹색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당국자들이 6자회담의 효용성과 필요성을 부쩍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 성명에서 북한을 비난하면서도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도 앞서 3일 "압박만이 생산적인 접근법은 아니며, 인센티브를 결합해야 한다"고 언급, 미국 정부가 냉각기를 거쳐 다시 대북 협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6자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의 핵심이며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양자협상도 고려할 것"이라고 해 미국 정부 대북 정책의 방점이 '대화와 협상'에 찍혀있음을 보여주었다. 장기적으로 북미관계는 미국의 협상의지에 대한 북한측의 반응에 달려 있으며, 북한이 로켓 발사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했을 때는 협상국면으로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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