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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론] 스포츠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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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론] 스포츠와 정치

입력
2009.04.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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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퀸' 김연아가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꿈의 200점을 돌파하고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팀이 준우승한 데 이어 국민적 자긍심을 끌어 올리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른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뿐 아니라 국민통합 효과도 막대하다고 본다.

국가브랜드ㆍ국민 통합에 기여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탈 현대의 21세기에는 모성적 특성과 정서적 감수성이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여성(Feminine), 감성(Feeling), 가상(Fiction) 등 '3F'가 주도하는 문화의 시대라고 했다. 요즘 자주 거론되는 '소프트 파워'도 마찬가지다. 문화시대, 소프트 파워 시대의 대표적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스포츠다.

우리사회에서 두드러지는 스포츠의 매력은 무엇보다 국민통합 기능이다. 특히 WBC와 같은 국가 대항전은 모든 국민의 의식을 하나로 잇는 역할을 한다. 결승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싸우는 순간만은 해묵은 계층 갈등이나 지역감정 등을 모두 잊고 하나가 되는 집단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그 과정에서 감독과 선수들이 보여준 노력과 용기에 국민은 울고 웃고 박수를 쳤다. 감독 선임과 선수단 구성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 세계에 한국야구의 진정한 실력을 알리고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잠시나마 힘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우리는 과거 외환위기 때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 선수가 역투하는 모습에서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얻었고, 박세리 선수가 양말 투혼'을 발휘하며 승리했을 때 그 근성과 투혼에 감동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수영의 박태환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도 그랬다. 지금도 박지성, 신지애 선수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우리 선수들이 한국인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얼마 전 대한축구협회는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유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저마다 다른 배경과 이유에서 제기하는 반론도 만만찮지만,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2002년 월드컵 4강과 같은 벅찬 감동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적이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산업 번성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우민화 정책의 하나로 활용한 '3S(섹스, 스포츠, 스크린)'의 기억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미 영화산업에 대한 국민 인식이 크게 바뀌었듯, 스포츠 산업에 대한 인식도 바뀔 때가 됐다. 스포츠를 통해 실현하려고 하는, 또 스포츠에 '탑재된' 사회적 가치나 시대정신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이미 감동을 통해 집단적 상처를 어루만지는 단계에 접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 사이의 진정한 소통의 통로가 되고 있다.

정치권이 먼저 벤치마킹을

나날이 새롭게 성장하는 한국 스포츠를 가장 먼저 벤치마킹해야 할 것은 우리 정치일 수 있다. 온갖 부정ㆍ비리와 폭력의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정치가 스포츠처럼 국민에게 신바람과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발상과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정치권에 '스포츠 벤치마킹 국민위원회'라도 만들어 어떤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국민과 소통할지를 배우도록 권하고 싶다. 스포츠가 어떻게 화합과 통합의 마술로 국민의 하나 된 힘을 이끌어 내는지 성찰해야 한다.

장성호 배재대 정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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