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2일 영국 런던에서 개막한다. 참가국 정상들은 회의에 맞춰 런던에 도착, 치열한 외교전에 들어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이번 회의에서 ▦경제위기에 처한 신흥국 원조 ▦은행부실 청산과 금융규제 강화 ▦경제성장률 제고 ▦국제교역 활성화 및 보호무역주의 배격 ▦탄소발생 축소 등을 위해 "G20이 공동 노력한다"는 수준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상들은 회의의 가시적 성과와 별개로, 경제위기 이후 국제사회 구도 개편기에 자국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추락한 위상 절감
FT는 이번 회의를 통해 국제사회에 본격 데뷔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락한 미국의 위상을 절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G20 회의에서 참가국들이 과감한 경기부양에 합의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등이 "경기부양보다 금융규제 강화가 우선"이라며 반발하자 "금융규제와 경기부양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며 둘은 충분히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서면서 "이번 회의의 가장 큰 목표는 G20의 단결"이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확대에도 의욕을 보였으나 거기에 필요한 7,500억달러를 마련할 길이 없어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주최 국가인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참가국의 시각차가 커 회의에 대한 기대감 낮추기에 주력하고 있다. 브라운 총리는 "이번 회의는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에 가깝다"며 "5개 의제에서 원칙적 합의만 이뤄도 대단한 성과"라고 말했다.
프랑스 독일은 금융 규제 강화, 일본은 부양책 확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국제 금융시스템 개혁을 위한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공동선언문에 서명하지 않고 자리를 떠날 것"이라며 배수의 진을 쳤다. 텔레그라프는 "오바마가 사르코지를 회유하기 위해 조세피난처 철폐 등에 합의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사르코지의 도박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재정지출을 확대하자는 미국과 IMF의 권고를 정면 거부하고 "금융규제 강화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프랑스와 입장을 같이했다.
그러나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1990년대 일본의 자산거품 붕괴 당시 재정 확대책이 경제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메르켈 총리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신흥국에 대한 원조 강화와 IMF 분담금 증액 등을 약속했다. 미국의 입장을 옹호하면서도 신흥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등 신흥국은 위상 강화 노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일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브라운 총리, 오바다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등과 연쇄회담을 하며 중국의 위상을 과시했다. 회의 참석에 앞서 기축통화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은 중국은 세계경제 회복이 중국의 부양책 규모에 달려 있다는 점을 활용, 발언권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발언권 확대를 전제로 IMF 재원 확대에도 적극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이그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G20 회의 참석 직전 카타르에서 열린 남미ㆍ아랍국 정상회의에서 G20에서 신흥국의 입장을 대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상들은 보호주의 배격에 모두 동의하면서도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실질 합의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미국이 최근 바이아메리칸 조항을 입법한 것이나 중국이 섬유, 철강 등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세금감면 조치를 취한 것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G20의 합의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며, 이 합의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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