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희
그가 하늘을 향해 천천히 망원경을 겨눴을 때
우리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가 함부로 지구를 공전시키려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논쟁과 소문, 오해와 맹신, 그리고 마녀의 표식.
우리는 그런 방법들을 선호해 왔고 실패는 없었다.
오늘 아침처럼 자연스러울 것, 그리고 감쪽같을 것.
시간은 그림자도 없이 또 다른 시간을 잠식하고
대부분 포물선이 이끄는 대로 가라앉았다. 아무런 의심 없이.
서로의 등 뒤에서 태엽을 발견하는 일은
목 위에서 건들거리는 서로의 얼굴만큼이나 당연한 일이어서
태엽이 풀리는 소리 때문에 그가 잠 못 드는 일은 없었고
그 점이 우리를 안도하게 했다.
우리는 그가 한결같은 하늘을 볼 수 있도록 배치에 정성을 쏟았다.
흑점에 대한 그의 수집벽과 달 표면에 대한 집착이 거슬릴 때면
태양과 달의 질서를 적당히 뒤섞어 그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목성이 숨긴 위성까지 찾아낸 그는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은하수 아래 산책을 즐기는 밤하늘의 숭배자들을 믿었다.
일상의 마니아였던 그들은 그의 눈동자에서 광기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고
낮밤으로 촘촘히 얽힌 투명한 감옥 속에 로마가 그를 가둘 수 있도록 일조했다.
우리가 그의 하늘을 빼앗고 죽음을 빙자한 영원한 암흑을 선사했을 때에도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오로지 별빛의 은폐 속에만 있었다.
갈릴레이는 엄중한 감시 속에서 몰래 책을 썼다. 그 책은 200년 간 금서였다. 왜 과학자는 이런 핍박 속에 서 있는 것일까? 그것은 과학자가 두려워하는 유일한 것은 ‘별빛이 은폐하고 있는 우주의 진리’이기 때문이 아닐까? 뾰족한 법이 과학을 괴롭히는 순간, 과학은 존엄한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다. 오로지 진리와만 대면하고자 하는 해방된 인간 정신 말이다.
서동욱(시인ㆍ서강대 철학과 교수)
● 황성희 1972년 생. 200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앨리스네 집> . 앨리스네>
2009 세계천문의해 한국조직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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