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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바마의 '듣는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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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바마의 '듣는 외교'

입력
2009.04.0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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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유럽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 정부를 반신반의했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해법과 아프가니스탄 안정화 대책 등에 이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은 G20 회의를 오바마 대통령이 공언한 협력과 타협의 리더십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보았다.

적성국가 움직이는 새 외교 실험

2일(현지시간) 끝난 G20 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유럽의 기대감을 거의 100% 충족시켰다. 유럽 언론과 지도자 사이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칭찬하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미국 발 경제위기와 처방을 앞장서 비판했던 독일 프랑스는 물론 미사일방어(MD),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대, 이란 핵문제 등 미국과 사사건건 부닥쳤던 러시아도 오바마 대통령의 '듣는 외교'에 고무적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말 뿐이 아닌 행동하는 모습에서 유럽은 강한 신뢰감을 느꼈을 것이고, 이는 앞으로 대서양 양안관계의 튼튼한 주춧돌로 작용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지금 혁신적인 외교실험을 하고 있다.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 8년의 실정을 되돌리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최악의 경제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가 공존과 상생의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외교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 그 결과 생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부시 정부에서 핵문제를 놓고 전쟁을 운운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던 이란 정부와의 대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취임 후 외국 정상과의 첫 전화통화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하는 등 전향적인 행보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진정성이 조금씩 확인되면서 적성 국가들도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 "무지하다. 남미에 대해 더 많이 배울 필요가 있다" "그의 배후에는 제국이 도사리고 있다"는 등 독설을 퍼붓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G20 회의가 끝난 뒤인 4일, 미국-러시아 관계를 비유해 "미국-베네수엘라 관계를 '리셋(resetㆍ재정립)'했으면 좋겠다"는 올리브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사례는 외교에서 사고의 전환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준다. 역설적으로 편협한 관념과 고집이 현실정치의 가장 큰 제약요소라는 것도 깨닫게 해준다.

북한이 기어코 로켓을 발사해 국제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오바마 정부가 '스마트 외교'를 주창하며 북한이 집요하게 요구하는 '북미 직접 대화'의 의지를 피력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 제의도 외면했다.

로켓 발사를 강행한 데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체제 결속이라든가 과학기술을 과시해 무기수출을 늘리겠다는 등의 이유가 있었을 법하다. 미국에 대한 불신과 의심도 있었을 것이다. 북한 주장대로 있지도 않은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시비 걸어, 약속했던 경수로 건설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매년 대규모 한미군사훈련을 하는 것에 불만과 위협을 느꼈을 수 있다.

그런데 북은 왜 달라지지 못할까

그러나 부시 정부 때 있었던 이런 좋지 않은 기억을 오바마 정부에서는 당분간이라도 접어둘 수 없었을까. 굳게 닫혔던 문을 열고 해빙의 단초를 모색하는 다른 반미 국가들과 달리 여전히 미국의 손길을 뿌리치고 대화조차 거부한 것은 지극히 유감이다. 북한이 대북정책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진정성을 받아들였다면 로켓 발사로 극도로 경색되고 있는 지금의 정세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황유석 워싱턴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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