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있으면 검찰에 가서 진술하겠습니다. 지금은 아무 할 말이 없어요."
3일 오후 1시50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모(36)씨에게 50억원을 건네는 과정에서 '다리' 역할을 한 정상문(63) 전 청와대총무비서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성해운 로비의혹 사건 항소심 재판 출석을 위해서였다.
정 전 비서관은 최근 불거진 '50억원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로 지목돼 왔으나, 이와 관련해선 모든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다만 자신이 피고인인 신성해운 사건을 염두에 둔 듯 "1년6개월간 수사 받는 것을 너무 많이 지켜보지 않았느냐" "나한텐 중요한 재판이다. 인간적으로 불쌍하다고 느끼지 않느냐"는 심경만 짧게 밝혔다. 재판이 끝난 뒤에도 "검찰에서 소환 통보를 받지 않았고, 지금은 다른 얘기를 할 기력도 없다"고만 말한 뒤 서둘러 법원 청사를 떠났다.
정 전 비서관은 박 회장이 50억원 이야기를 처음 꺼낸 2007년 8월 '3자 회동'에 참석했으며, 6개월 후 연씨 요청으로 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50억원 투자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4년 3월 신성해운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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