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3개월째를 맞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이 '인사 실험'을 하고 있다. 옛 교육인적자원부 출신의 교육 분야 간부들을 생소하기 짝이 없는 과학기술 쪽으로 보내고, 반대로 과기부 출신 간부들은 교육 업무를 맡게 하는 것이다.
'실세 차관' 조명을 받으며 1월 교과부 2인자 자리에 앉은 이 차관은 그 동안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 비서관 시절 독단적인 업무 추진에 따른 낙마의 쓰라린 경험을 맛 본 때문이다. 그런 그가 최근 이른바 '뒤섞기 인사'를 통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달 과학분야 출신 간부의 전유물이었던 연구정책과장에 교육 관료인 서유미 과장을 임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잇단 '교차 인사'를 선보이고 있다.
연구정책과장은 학술 및 연구개발 진흥을 위한 중ㆍ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거나 관련 법령과 제도를 다루는 자리다. 앞서 2월에는 기술고시 출신인 김진홍 원자력정책과장을 군산대 신임 사무국장으로 임명했다. 교육 관료 몫이었던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에 정통 과기 출신 관료를 앉힌 것이다.
1일자로 단행된 서기관급 이상 인사에서는 '파격'이 두드러졌다. 단체간 이해관계가 얽혀 웬만한 교육 관료도 견디기 어렵다는 유아교육지원과장에 옛 과기부 인사계장을 지낸 배정회 융합기술팀장을 임명했다.
이런 융합 인사는 이 차관이 직접 지휘하고 있다. 옛 교육부와 과기부 조직을 통합시킨 장본인이기도 한 그는 부임 이후 교과부가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되면서 아무런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배타성이 심화하는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만 합쳐졌을 뿐 업무를 맡고 있는 인적 구성은 옛 교육부와 과기부 시절과 달라진 게 전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교과부 주변에서는 이달 중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함께 이뤄질 과장 및 서기관급 이상 간부 인사가 '이주호 식 인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육전문직이 필요한 학교정책국 등 일부 국(局)을 제외한 모든 국의 과장 1명 이상은 교차 인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과장급 이상 간부를 포함한 전체 직원의 30% 정도를 융합 인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과부 내부에서는 이런 시도에 대해 "신선하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업무 효율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과장급 간부는 "조직 통합 효과를 내기 위해 뒤섞는 인사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질성이 아주 강한 교육과 과기 업무에 경험이 전무한 간부들을 서로 인사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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