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건넨 50억원의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검찰은 아직까지 범죄 혐의로 볼만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라 회장 측이 명확한 해명을 피하고 있어 뭉칫돈의 성격과 출처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일단 박 회장의 진술에 따라 이 돈이 골프장 지분 투자 명목으로 박 회장에게 건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은 2007년 4월 라 회장이 경남 김해의 가야 컨트리클럽(CC) 지분을 사달라며 50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당시 가야CC가 경영난을 겪자 신한지주가 신한캐피탈을 통해 지분 75%를 사들였고, 이때 박 회장이 라 회장에게 투자를 권유해 50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금이 지분 투자에 사용되지 않고 박 회장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후 박 회장은 여기서 10억원을 찾아 김환기 화백의 그림 2점을 샀다가 다시 돈을 채워넣은 것 외에는 이 돈에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모종의 로비 대가나 다른 명목으로 건네졌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자기 회사가 투자하는 골프장에 왜 굳이 다른 사람의 권유로 개인 투자를 결심하게 됐는지도 의문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돈이 신한지주의 LG카드 인수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그러나 당시 매각을 담당했던 산업은행의 전직 고위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의혹"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회장이 2006년 휴켐스를 인수할 때 신한은행 등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라 회장이 휴켐스 인수를 도왔다면 돈이 라 회장 쪽으로 갔어야 하는데, 실제 돈 흐름은 그 반대라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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