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구속)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을 통해 박연차(구속기소) 태광실업 회장의 구명 로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대한 검찰의 본격 수사가 불가피해져 사태가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들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한나라당 A의원은 5일 "지난해 9,10월께 추 전 비서관이 '우리 서로 패밀리는 건드리지 않기로 하자. 우리쪽 패밀리에는 박 회장도 포함된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구속기소)씨 말을 전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검찰에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하지만 굳이 내가 그 말을 전할 필요가 없어 '알았다'고만 말했다"라고 했다.
추 전 비서관은 2007년 대선 직전부터 건평씨와 알고 지냈으며 박 회장도 건평씨를 통해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 전 비서관은 지난해 9월 박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등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검찰은 그 동안 추 전 비서관의 로비 의혹과 관련해 "통화내역 조회나 본인에 대한 직접 조사 과정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박 회장의 돈을 받아 구속된 피의자들 중 추 전 비서관에 대해서만 기소 시점을 미루는 등 유난히 신중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추 전 비서관이 박 회장의 돈을 받고 실제로 구명 로비에 나선 정황이 드러난 만큼 검찰이 적극 수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A의원 발언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시점이다. 검찰에 따르면 추 전 비서관은 지난해 8월30일 박 회장으로부터 구명 청탁을 받았지만 즉답을 회피했다가 9월9일에서야 이를 승낙하고 돈을 받았다. A의원을 만난 시점이 9월9일 이전이라면 추 전 비서관이 A의원으로부터 뭔가 긍정적인 신호를 감지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추 전 비서관이 실제 '행동'에 나선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A의원 이외의 인사들에 대한 박 회장 구명 시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미 정치권 등에서는 추 전 비서관이 문민정부 당시 국세청 고위직을 역임한 인사와 친분이 두터우며 이 인사를 통해 지난해 국세청 고위 간부들과의 연결을 시도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회장이 추 전 비서관보다 영향력이 큰 현정부 실세를 통해서도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정권교체 이후에 벌어진 일인 만큼 세무조사 무마 로비가 상당한 실체를 갖춘 것으로 판명될 경우 그 표적은 현 정부 인사들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 세무조사 무마 로비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함께 이번 수사의 양대 정점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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