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골프장서 '군의관 군기잡기'

군 골프에 군 검찰의 사정 바람이 거세다. 근무시간 중 근무지를 무단 이탈해 골프를 치다 적발돼 구속된 군의관이 20명까지 늘었다. 그 외에 역시 평일 골프에 대한 소명을 요구 받은 현역 군인은 1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들이 골프와 바람이라도 난 것일까?

군에서는 골프장을 골프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정식 명칭은 '군 체력단련장'. 군인들은 전국 32개의 골프장에서 체력을 단련한다. 공군이 14개로 가장 많고, 육군과 해군이 각 5개, 국방부 4개, 3군 공통 2개, 군인공제회 2개 등이다.

공군 골프장이 유독 많은 건 이유가 있다. 우선 공군 기지 자체가 넓은 평지에 들어서 있어 공간을 활용하기가 용이하다. 유사시에는 야적 기지 등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적 측면도 고려된다.

전투기 출동 등 공군의 임무가 비상 대기인 데다, 같은 이유로 부상이 우려되는 축구 같은 격렬한 운동을 금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골프 수요가 많아진 측면도 있다.

군 골프장을 현역 군인들만 이용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현역 이용객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5~2007년 전국 27개 군 골프장 이용객은 총 9만4,771명이었다. 이 중 현역은 35.7%인 3만3,884명이었다. 예비역은 22.9%인 2만1,677명, 민간인은 39.3%인 3만7,261명이었다.

현역들의 골프장 이용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평일 이용이다. 이번 조사 대상이 된 2006년 이후 평일 군 골프장 이용 기록을 통해 개인 소명을 요구받은 현역은 육군 6,000여명, 해군 1,000여명, 공군 2,000여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장성들도 포함돼 있다. "골프 치러 군대 갔느냐"는 힐난이 나올 법한 규모다. 다만 군대 내 휴일의 개념은 일반 사회와 조금 다르다. 주말을 불문하고 각종 훈련이 벌어지는 탓에 훈련이 끝나면 부대별로 평일에도 휴식이 주어진다.

일명 '전투 휴일'이다. 한 영관급 장교는 "주말 골프 예약이 쉽지 않기 때문에 평일 이용이 드문 일이 아니다"고도 했다. 물론 이 경우 휴가를 내야 한다. 군 골프장 이용 시에는 부대와 계급 등의 인적 사항이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 국방부 감사관실과 군 검찰은 현재 이들로부터 전투 휴일, 휴가 등의 소명을 받고 있다.

군 검찰은 1일에도 휴가를 내지도 않고 근무시간에 정당한 사유 없이 골프를 친 혐의로 군의관 11명을 추가 구속했다. 이로써 구속된 군의관은 20명으로 늘었다. 군 검찰은 2,3명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고, 96명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 계획도 갖고 있어 구속자는 더 늘 수 있다.

근무 중 골프가 10회 이상이면 구속, 5~9회 불구속, 5회 미만이면 징계로 가닥이 잡혔는데, 골프로 이렇게 많은 인원이 구속되기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구속된 이들은 군의관 뿐이다. 다른 현역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군의관을 제외한 현역 중 구속된 경우는 아직 없다"면서도 "군 검찰에서 누구에게나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영관급 장교는 이와 관련, "직업군인들의 경우 근무지를 무단 이탈해 골프를 치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고 있지만 3년만 복무하는 군의관들은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군의관 출신의 한 예비역은 "3년차가 되면 평일 골프를 치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큰 병원은 본인 진료 분야의 군의관이 2명 이상이어서 근무에서 빠지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일부 군의관들 사이에서 관행적으로 근무 중 골프가 이뤄져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군은 이런 관행에 대해 하필 지금 칼을 들이댄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최근 이른바 '불온서적'을 둘러싼 군 법무관들의 헌법소원 사태와 연결시켜보는 시각이 많다.

군은 이들 군법무관들에 대해 파면 등의 중징계를 했다. "법무관에 이어 군의관도 손을 보기로 한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현역 군의관)는 얘기도 나왔다. 법무관과 군의관은 이른바 '특수 사관'으로 묶인다.

단기 복무 후 제대해 변호사와 의사가 되는 이들은 같은 장교라고 해도 분위기가 자유롭다. 군 수뇌부 입장에서는 영이 서지 않으니 시선이 곱지 못하다. 결국 최근 법무관들의 행태에 화가 단단히 난 군 수뇌부가 내친 김에 군의관들에 대해서도 '군기잡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