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 실험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에 근접하게 된 것은 남북한 간 재래식 군사력 우열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됐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이른바 비대칭 군사력의 대표적인 경우이자 전략무기인 핵폭탄과 그 운반수단을 확보함으로써 설사 우리가 재래식 군사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게 됐다.
북한의 ICBM 개발 능력은 지금까지는 주로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에서의'위협수단'이라는 관점에서 다뤄져 왔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과시한 ICBM 능력으로 볼 때 단거리, 또는 중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소형화되지 않은 핵폭탄을 ICBM에 장착해 남한을 겨냥하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즉 북한은 이미 우리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중ㆍ단거리 미사일을 대량 보유하고 있지만 이제 ICBM까지 얻게 됨으로써 미국, 일본 뿐만 아니라 남한도 미사일에 의한 핵공격 대상에 묶어둘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군사 전문가들은 장거리 ICBM이라고 하더라도 발사각도 등을 조절하면 핵탄두를 실어 단거리 공격목표도 타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북한은 다음 단계의 목표로 핵탄두의 소형화를 추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핵공격 위협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군사 전문가는 "그 동안 북한 평안남도 용덕동에서 이뤄진 고폭실험 등을 보면 소형화가 상당히 진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반도 유사시 우리에 대한 지원 임무를 띠게 전개될 주일미군이나 괌 등지의 미군 등에게도 북한이 이번에 과시한 ICBM 능력은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군사ㆍ정치ㆍ외교 각 분야에서 다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군사적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의 참여 검토, 우리 군의 미사일 개발 능력 제고,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미측과의 합의에 따라 현재 유지되고 있는 미사일 사정거리 300km 제한을 허물려 할 경우, 이 문제는 당장 우리도 한반도 범위 밖 즉 동북아 안보 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됨을 의미한다. 기술적으로 일본, 또는 중국을 사정거리에 두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본 중국이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일 등과의 군비경쟁 및 외교적 차원에서의 문제도 불거지겠지만 한미 동맹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무기와 그 투발능력까지 갖게 됐다는 것은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핵우산 정책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으로 주한미군의 핵무기는 모두 철수했지만 북한은 비대칭 군사력으로 핵무기 공격 능력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또 역으로 미국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한국 내 보수 강경 세력이 미국에 대한 비판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태성 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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