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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여성시대와 함께하는 우리 이웃 이야기] 박봉 탓에 미안해 아내에게 용돈도 못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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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여성시대와 함께하는 우리 이웃 이야기] 박봉 탓에 미안해 아내에게 용돈도 못달래

입력
2009.04.0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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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벌어온 돈 좀 보쇼이~, 아들이 번 돈으로 사온 술 한잔 받으시라고요." 첫 월급을 받던 그 주 일요일, 지금 기억으로 10만원이 채 안되던 돈을 그대로 어머니께 드렸다. 어머니는 그 길로 돈을 꺼내 술을 좋아하셨던 아버지께 드린다며 1.8리터 소주를 사서 산소로 향하셨다. 대답 없는 아버지에 대한 야속한 그리움인지, 대학도 못 가고 객지에 나가 고생해 돈 벌어온 아들에 대한 고마움인지…, 알듯 모를듯하던 그 때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 첫 월급의 추억이 생생한데 지금은 월급통장을 아내가 내준다 해도 비밀번호를 몰라서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달 내내 뼈빠지게 벌어봐야 당신이 다 가져가고, 내겐 코딱지만한 용돈이 전부니, 나 원." "나만 살자고 하는 거야? 나도 원 없이 돈 좀 써 봤으면 좋겠다. 하마 입 벌리고 기다리는 카드값, 공과금, 애들 학교에 갈 돈, 등등…." 때론 아내가 야속하지만 살려면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월급날엔 탕수육에 자장하나, 짬뽕하나, 만두하나는 먹을 수 있으니.

재작년인가? 푸념하는 내게 가정경제권을 넘겨주며 아내가 묘한 웃음을 지었다. 터질듯한 돈 쓸 곳들…, 결국 한 달을 못 채우고 "다시는 경제권 안 달랄 테니, 제발 당신이 알아서 해주세요"했던 기억이 있다. 상여금이라도 나오는 달이면 어떻게든 옷 하나라도 얻어 입으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보기도 하고, 멀쩡한 친구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해 조의금조로 아내에게서 돈을 타내 술 먹은 기억도 있다.

그런데 이제 그마저도 추억으로 묻어야 할 형편이다. 작년 후반기부터 줄어든 일에 퇴근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회사는 일한만큼 급여가 지급되는 회사여서 시간외 수당이 많아야 하는데 매일 기본근무에 토요일은 쉬는 날이 태반이다. 그러니 급여명세표는 점점 더 보기가 민망해진다.

특히 지난 달은 참담했다. 2월은 날짜가 적어 월급도 가장 적을 수밖에 없는데 올해는 설이 1월에 있어 명절 뒤끝인 2월엔 거의 시간외 일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그나마 어깨를 조금이라도 펼 수 있는 월급날에 차마 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3월은 신학기라 애들에게 들어갈 돈도 많은데…, 아이들에게마저 당당하지 못한 가장의 무게가 너무나 버겁다.

또 월급날이 다가온다. '이번 달엔 또 어떻게 월급명세표를 아내에게 건네나…. 아무래도 살짝 놓고 나와야 할까 보다. 제대로 월급이 나오지 않은 회사도 많다는 걸로 위안을 삼자고 해야 할지…. 아니, 우리 회사도 그러지 말라는 법 있나?' 아~ 한숨만 나온다. TV에선 매화, 산수유, 벚꽃이 난리라지만 내겐 요즘이 정말 6.25전쟁 같은 난리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보련다. 그 힘들던 IMF도 거뜬히 이겨낸 나라에 WBC 야구팀, 김연아 선수 같은 희망이 우리에겐 잊지 않은가. 힘내고 열심히 일하다 보면 고비도 넘어갈 테고 기쁘게 월급날을 기다릴 날이 오리라 기대해본다. 아자! 아자! 화이팅!!

전북 완주군 이서면 은교리 - 구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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