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연극을 대표하는 연출가로 지난해 '인형의 집'(극단 마부마인)을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려 화제를 모았던 리 브루어(72)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번엔 서울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에서 한국계 미국인 작가 노성씨의 작품 '이상, 열셋까지 세다'를 5월 1일부터 6월 28일까지 공연한다. 한국의 천재 시인 이상의 삶과 작품세계를 그린 연극이다.
"시인 이상은 초현실주의 작가였고 여성 편력이 심했다는 점에서 프란츠 카프카를 떠올리게 하는 국제적으로 통용될 만한 캐릭터입니다." 브루어는 2000년 서울연극제에서 한국 배우들과 함께 첫 선을 보였던 이 작품의 매력을 이상의 캐릭터로 설명했다.
"지난해 '인형의 집' 공연 이후 한국 관객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다"는 그는 특히 이번 재공연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9년 전 한국 관객은 비극적이고 콘셉트가 강한 작품에 호응했는데 지난해에 보니 희비극이 뒤섞인 '인형의 집'에도 열광적 반응을 보이더군요. 이번 공연은 유머와 비극이 혼용된 블랙코미디 형식의 평소 나의 연출 스타일을 제대로 살릴 기회가 될 듯합니다."
이번 공연은 미국의 거장 연출가가 한국 배우들과 함께 70석짜리 소극장에서 여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정대경 삼일로창고극장 대표의 제안에 흔쾌히 참여를 결정한 브루어는 "나도 바로 이런 소극장에서 연극을 시작했다"며 "세계 다른 곳에서도 투어로 보여줄 만한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콜로노스의 가스펠'(1983)로 인종 문제를, '인형의 집'(2003)으로 가부장제의 모순을 꼬집는 등 사회 주류와 마이너리티의 대조적 모습을 주로 그려왔다. 그의 이번 작품의 대립 대상은 사회의 소수자인 초현실주의 예술가와 상업적 삶을 사는 대다수 일반인이다.
"이런 벅찬 느낌을 합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한국의 공연 중심가인 대학로에서 떨어져 있는 작은 소극장과 아웃사이더 감성의 예술가 이상이 통하는 느낌을 말이죠." 공연 문의 (02)319-8020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사진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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