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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30년 앙숙' 미국과 대화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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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30년 앙숙' 미국과 대화 테이블

입력
2009.04.0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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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30년 만에 처음 공식적으로 접촉했다. 이번 회동이 양국의 적대 관계 해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리처드 홀브룩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와 이란의 무하마드 메흐디 아쿤자데 외무차관은 3월 3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국제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만나 양자 대화를 나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두 사람이 본질적인 특정 사안을 두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성심 어린 대화를 나누었다"며 "계획한 만남은 아니었으나 두 사람은 계속 접촉하자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NYT는 "미국이 이란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위해 이란에 인도적 도움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란에는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출신의 사업가 등 미국인 3명이 이란 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억류돼 있다.

아쿤자데 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이란은 아프간의 안정과 마약 퇴치 프로젝트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대미 적대 관계를 개선할 의향을 내비쳤다. AP통신은 "미국과 이란이 회의 석상에서 아프간 재건과 마약 문제에 관해 의견 차이를 보이지 않음으로써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보도했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단절됐던 양국의 외교관계가 개선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AP통신은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탈레반을 비롯한 테러 집단의 분쇄를 아프간 내 미국의 목표로 정했다"며 "미국은 탈레반의 자금줄인 마약 거래를 아프간에서 근절하기 위해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도 탈레반의 득세가 달갑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란은 마약의 유통과 거래를 최악의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의 마약 생산국인 아프간에서 최근 마약 생산과 거래가 급증하면서 이란은 자국으로 마약이 유입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또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면 아프간 재건 사업에 참여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란은 지금도 지리적 근접성을 활용해 아프간에서 철도, 도로 건설 공사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관계가 어느 정도까지 개선될 것인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아쿤다제 외무차관은 이날 "아프간의 외국 군대가 상황을 개선시키지 못했고 병력 증파 역시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며 미군의 아프간 증파 계획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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