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로켓 발사에 유난히 법석을 피운 일본 정부가 잘못된 '발사 경보' 로 체면을 아주 구겼다. 북한이 '광명성 2호 위성' 발사를 예고한 첫 날인 4일, 두 차례나 엉터리 경보를 발령하는 바람에 큰 혼란을 초래했고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려 사죄하는 곤욕을 치렀다. 애초 딴 속셈 때문에 과잉 대응하는 낌새가 뚜렷했지만, 황당한 '오(誤)경보' 소동에 일본 언론마저 "신경과민 일본"(재팬 타임스)이라고 스스로 비웃는 논평을 내놓았다. 로켓 발사에 '미사일 요격'을 떠든 것부터 우습다는 뉘앙스를 애써 숨기지 않는다.
■일본의 소동은 북한이 오전 10시~오후 4시로 예고한 발사예정 시간대에 접어들자 이내 시작됐다. 10시48분 육상자위대 사령부의 컴퓨터 에러로 예하 부대와 아키타(秋田)현(縣) 연락장교에게 경보가 자동 발령됐다. 이에 따라 아키타현도 경보를 내렸으나 20분 만에 오류가 발견돼 취소됐다. 이어 낮 12시16분 지바(千葉)현 항공자위대 레이더기지에서 다른 비행물체를 로켓으로 판독, 다급하게 보고했다. 항공자위대사령부는 미군의 '미사일 조기경보'도 함께 나온 것으로 오인, 정부와 NHK 등 언론이 일제히 잘못된 경보를 전국에 발령했다.
■소동은 로켓 발사를 감시, 추적하기 위해 동해와 태평양 쪽에 2척씩 배치한 해상자위대 이지스 구축함들의 "이상 없음" 보고에 따라 곧 진정됐다. 그러나 일본 상공을 지나는 로켓 파편까지 요격하겠다고 떠들던 방위청 등 정부를 당혹스럽게 했다. 국민도 적잖이 혼란과 불안을 겪었다. 이 때문에 방위청 장관이 공식 사과한 데 이어, 급기야 정부 대변인이 나서 "로켓 파편이 일본에 떨어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니 안심하라"며 놀란 국민을 다급하게 진정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은 미사일방어(MD) 능력을 지닌 이지스함과 함께 파편 요격을 위해 패트리엇미사일(PAC-3)을 아키타와 이와테(岩手)현 등 동북지방에 전진 배치했다. 그러나 북한이 위성용 로켓을 쏜다면 1,000 ㎞ 상공까지 치솟아 일본이 '영공 침범'을 주장할 수 있는 100㎞를 훨씬 벗어난다.
게다가 실전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이지스함의 SM-3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100㎞, 패트리엇 미사일은 2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일본은 70억 달러를 쏟아 부은 MD체제의 당위성을 선전하려는 목적 등으로 '미사일 위협'을 한껏 과장하는 정치군사적 쇼를 벌였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고작 '신경과민' 진단을 받은 아이러니는 우리 사회에도 교훈이 될 만하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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