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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여성시대와 함께하는 우리 이웃 이야기] 초등생 우리 아들 공개수업 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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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여성시대와 함께하는 우리 이웃 이야기] 초등생 우리 아들 공개수업 가봤더니

입력
2009.04.0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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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면 아이보다 왜 엄마인 제가 더 설레고 긴장이 되는지요. 아이의 등하교 걸음마다 엄마의 기대와 걱정까지 실어주곤 합니다. 며칠 전 아이의 공개수업이 있었습니다. 옷장에서 괜찮은 놈으로 골라 입고 까칠한 얼굴에 분칠을 하고 뾰족구두도 신고 들뜬 마음으로 교실을 찾았습니다. 아이의 얼굴에 번지는 반가운 미소에 눈짓과 함께 주먹을 살짝 올려 주었죠.

수업이 시작됐습니다. "우리 친구들 오늘 엄마들에게 멋진 모습 보여드리자." "네∼" 아이들은 목이 터져라 대답을 하더군요. "자, 사각형이 무엇인지 발표할 수 있는 친구!"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손을 드는데 우리 아들은 웬일인지 손을 들락말락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발표는 손을 빨리든 아이에게 돌아갔습니다. '처음이라 긴장했나?'또 기회가 있겠지 싶어 아이의 뒤통수만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도 아이는 자신있게 손을 들지 못했습니다. 저는 치미는 감정을 추스르느라 애를 먹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들이 집에 들어서며 묻더군요. "엄마, 나 오늘 잘했어?" "잘했다고 생각해서 묻는 거야, 지금?" "왜? 나 얌전하게 앉아서 선생님 말씀 잘 들었는데…." "너, 발표할 사람 손 들라고 할 때 그게 뭐야? 엄마한테는 발표 잘한다고 하더니 뻥이지? 그렇게 자신감이 없어서 어떡할래?" 울화를 쏟아내는 엄마의 말에 아이는 눈물을 그렁거렸습니다. "뭘 잘했다고 우는 거야? 엉? " "엄마, 다 아는 문제인데 엄마 앞에서 너무 잘할려고 하다 보니까 떨려서 마음이 뒤죽박죽 돼 버렸어"하며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겁니다. "…아무래도 엄마는 좋은 엄마가 아닌 거 같애." 아이는 엄마가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나 싶었는지 또르르 눈물을 떨어뜨리며 쳐다보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가면 더 힘을 내서 하는데, 엄마는 너한테 힘을 주는 엄마가 아닌 거 같네. 엄마가 못나고 부족한가 보다." "엄마, 난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다 그런 거야. 나 다른 때는 정말 발표 잘하니까 걱정하지마." "그랬구나. 엄마가 네 마음을 너무 몰랐구나. 미안하다." 아이를 품안에 안으니 아이도 엄마를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아이는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그 마음을 왜 헤아리지 못하는지, 저는 정말 모자란 엄마인가 봅니다. 이제 겨우 2학년짜리 녀석을 다그쳐 마음을 다치게 하고 독한 말로 아이의 눈물을 빼야 했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했습니다. 엄마의 빠른 걸음에 아이가 숨이 찬 건 아닌지 뒤돌아봐야겠습니다. 아이가 지치기 전에요.

경기 의정부시 민락동 -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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