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출 보다 수입이 더 급감하며 수지 흑자폭만 커진 것이어서 마냥 좋아할 순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1일 지식경제부의 ‘3월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283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2% 줄었다. 또 수입은 무려 36.0%나 급감, 237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이에 따라 3월 무역수지는 월 단위론 사상 최고치인 46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증감률은 여전히 감소세이지만 수출액이 1월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3월 수출액은 2월 수출액(255억달러)보다는 11.4%, 1월 수출액(212억달러)과 비교하면 33.6%나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하루단위 수출 규모도 1월 9억9,000만달러에서 2월 11억6,000만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3월에도 11억8,000만달러로 소폭 증가했다.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율 효과가 수출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그렇다고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긴 아직 성급해 보인다. 일단 전년 동기비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11월 -19.5%, 12월 -17.9%, 올해 1월 -34.2%, 2월 -18.3%를 기록한 데 이어 5개월 연속 두자릿수 마이너스대를 이어가고 있다.
대규모 흑자가 난 것도 수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게 아니라 불황의 또 다른 그림자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4월에도 무역수지는 38억5,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 당시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업종별로 봐도 13대 주력 수출 품목중 무선통신기기(-20%) 반도체(-38%) 자동차(-46%) 석유제품(-48%) 등 무려 11개 품목이 여전히 두 자릿수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박류의 수출 증가세(61.0%)가 이어지고 있고, 액정디바이스 수출도 한 자릿수 감소세(-7.8%)로 축소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이다.
이동근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수출은 3분기까지 -20% 내외를 기록한 뒤 4분기엔 회복세를 보여 연간으로 보면 지난해에 비해 -5%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연간 무역수지는 당초 전망치인 120억달러보다 많은 200억달러의 흑자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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