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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독일과학자 피터 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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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독일과학자 피터 풀데

입력
2009.04.07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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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피터 풀데 소장이 우리나라에 본부를 둔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의 신임 소장이자 포스텍 석학교수로 선임돼 국내외 과학계의 많은 관심을 모았었다. 그가 막스플랑크 재단의 대표적인 차세대 리더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여 도입한 '주니어리서치그룹'은 아태 과학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풀데 소장은 막스플랑크 재단의 자연과학ㆍ공학 분과위원장을 오랫동안 맡았던 독일을 비롯한 유럽 과학계를 대표하는 리더이다. 그는 독일 통일 직후 산업기반의 붕괴로 젊은 인재가 떠나던 구 동독 지역의 드레스덴에 '막스플랑크 복잡계 물리학 연구소'를 창립하여 10여년 만에 세계적 연구소로 키워내었다. 그는 베를린장벽이 세워지기 직전 서독으로 탈출하였던 구 동독 출신으로, 동서 교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통독 후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동진 정책에 적극 부응하였었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아태이론물리센터는 1996년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물리학자 간의 국제 협력 증진을 목표로 설립된 국제연구소로, 중국, 일본 등 아태 13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의 꿈은 그가 창립하였던 드레스덴의 연구소와 유사한 성격의 이 센터를 도약시켜 아태지역의 젊은 인재의 육성과 아시아와 유럽의 교류에 공헌하고자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권역에는 한국, 중국 등 경제와 과학, 그리고 인력풀이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나라가 집중되어 있고, 최근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아시아와의 협력 증진이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풀데 소장은 취임 직후 막스플랑크 재단, 교과부,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텍의 공동 투자를 이끌어내 '주니어리서치그룹(JRG)'을 창설하였다. JRG는 탁월한 젊은 리더들이 소규모 연구그룹을 구성하여 독립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몰입 환경을 제공해 준다. 작년 6월 이후 선임된 3 명의 JRG리더는 40세 미만이며, 중국 일본 한국 등 국적이 다양한 연구원들의 평균 나이도 30세 이하로 매우 젊다.

이들은 매우 활기차고 역동적인 환경 속에서 공통 언어인 영어와 젊음을 매개로 자유롭게 연구를 수행한다. 베트남 몽골 등 개도국을 포함하여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이들은 물리학 뿐 아니라 문화와 역사에 대한 토론을 통해 같은 아시아계로서의 유대 의식도 함께 쌓고 있다. 이러한 'JRG의 확대를 통한 젊은 리더 육성'을 내건 풀데 소장의 비전은 지난 주말 포항에 소재한 아태이론물리센터 본부에서 13개 회원국이 참여한 전체 이사회와 평의회에서 큰 지지를 받았다.

풀데 소장은 드물게도 한국과 독일 막스플랑크 재단 양 쪽에서 존경과 신뢰를 함께 받는 핵심리더이다. JRG로 시작된 막스플랑크 재단과의 협력은 상호 방문과 심포지엄 등을 통해 이제 국가적 차원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한국 유치로 발전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막스플랑크 재단의 현장 과학자와 탁월성을 중시하는 철학과 한국의 젊은 연구자들의 발전된 역량을 매개해 주는 가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주고 있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는 잠재력 있는 젊은 연구자들이 아주 많다. 풀데 소장은 이 지역의 젊은 인재들이 모여들고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거점과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경험과 남은 열정을 쏟아 넣고 있다. 한 지한파 독일과학자의 소망이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의 미래 희망을 높이 쏘아 올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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