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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민주화 상징 라울 알폰신 前 대통령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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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민주화 상징 라울 알폰신 前 대통령 타계

입력
2009.04.0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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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알폰신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31일 부에노스 아이레스 자택에서 숨졌다. 향년 82세.

알폰신 전 대통령은 폐암, 폐렴 등을 앓아왔고 지난해 10월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자택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그의 자택으로 몰려와 눈물을 흘리면서 추모 촛불을 켰다고 외신들이 1일 전했다.

1927년 부에노스 아이레스 인근 소도시에서 스페인 이주자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알폰신은 존재 그 자체로 아르헨티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1976~1983년 군부독재정권에 의해 3만여명의 민주 인사와 시민들이 납치ㆍ고문ㆍ살해되는 '더러운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독재정권에 맞선 가장 용감한 정치인이었다. 83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민주주의를 부활시켰다.

시민조사단이 더러운 전쟁의 희생자 및 유족의 증언을 바탕으로 인권 유린 인사들을 법정에 세우는 과거사 청산 작업은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다.

과거사 청산으로 호르헤 비델라 등 군부 독재 주역들이 줄줄이 종신형 등을 선고 받았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이 지난해 알폰신에게 "당신이 좋든 싫든. 당신은 민주주의 부활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87년 과거사 청산에 불만을 품은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그는 쿠데타 군인들의 무기를 회수하기 위해 일부 독재자들을 사면해야 하는 좌절도 맛봤다.

또 경제 정책 실패로, 5,000% 인플레 노동계 총파업 빈곤층 확산 등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임기 만료 6개월 앞두고 89년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후 정권은 페론정의당의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1989~1999년 집권)에게 넘어갔다.

BBC방송은 "아르헨티나는 슬퍼하고 있다"며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그를 용감하고 결단력 있는 정치지도자로,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던 한 인간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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