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는 특별한 간담회가 열렸다. 김황식 감사원장을 초청해 중소기업의 애로 사항을 전하고 중소기업이 경제 위기를 이겨내는데 필요한 감사원의 역할 찾기를 모색한 것. 감사원장이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난 것은 중소기업중앙회 결성이후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는 공무원 사회의 복지부동과 무사안일 탓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중소기업인들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자동차 보험료 할증 기준이 20년 동안 변함 없이 50만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물가와 시간당 공여비가 크게 오르고 교통 문화도 바뀌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과 제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은 변화를 두려워 하는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 탓"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의 감사에 대한 부담 때문에 대다수 공무원들이 기존 제도를 새롭게 바꾸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는 거침없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중소기업인은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은 물건 팔 곳을 찾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정부가 공사용 자재 분리 발주 시행을 독려해도 공공기관에서는 일괄발주를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까다로운 인증 절차 ▲협동조합의 공공조달시장 참여 장벽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은 특혜라는 고정관념 등 현장의 답답한 현실들이 쏟아졌다.
김 원장은 이에대해 "경제 위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공무원 사회의 많은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그 동안 감사원 감사가 '무슨 일을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봤다면 앞으로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감사를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감사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꿔서라도 감사원이 공무원들이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는 중소기업 살리기에 감사원이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감사원은 대전, 광주, 부산 등에 설치한 '국민ㆍ기업불편신고센터'를 중소기업의 정책적 건의를 받아들일 창구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또 이 날 중소기업회관에 문을 연 '중소기업 불편신고센터'와 연계해 감사원과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앞서 감사원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정책자문위원으로 임명했고 지난 20일 열린 '제1회 정책자문위원회'에서 김 회장으로부터 중소 기업의 어려움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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