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도 앞서 29일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선 북한 로켓 요격 계획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는데 한미 양국은 점차 발언 수위를 낮추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 마땅한 저지수단이 없는 만큼 발사 이후 협상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물론 한미 양국은 원칙적으로 북한의 로켓 발사에는 반대한다. 이 대통령은 FT 인터뷰에서 “(북한이)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하지만 탄도미사일이 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중국 러시아를 포함 세계 모든 나라가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더욱 민감하게 반대하고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는 장거리 투하능력까지 갖춘 핵개발 프로그램이 완성됐다는 의미이자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의 아주 좋지 않은 선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과거처럼 제재를 쉽게 꺼내지 않고 있다. 대신 “일정한 대응이 필요하다”(28일 위성락 6자회담 수석대표)는 완곡한 표현이 많다. 이 대통령도 “강경대응이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미의 이 같은 ‘로키(low-key)’ 대응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저지할 현실적인 수단이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북한은 1998년, 2006년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와는 달리 관련 국제기구에 발사 계획을 사전 통보하는 등 국제법적 논란 소지를 없애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가 제재에 미온적이라는 점도 주요 변수다.
결국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다면 ‘안보리 제재 논의à의장성명 등 소극적인 제재 추진à북미 고위급 협상’ 수순으로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쪽에서 “북한 지도자 김정일과 만나고 싶다”(28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도 이런 흐름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장거리 로켓 발사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겠다”(30일 권종락 외교1차관)는 말을 되뇌고 있다.
“남북관계에서 마냥 강경론만 앞세우면서 대북 식량ㆍ비료 지원 같은 지렛대도 잃어버렸고, 그 결과 북미 대화국면에서 소외될 가능성만 높아지고 있다”(국책연구소 연구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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