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합니다.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속철도(KTX) 개통 5년만에 첫 여성기장이 탄생한다. 주인공은 4월 1일부터 KTX기장 제복을 입는 강은옥(41) 기관사. 110년 국내 철도역사에서 여성 기관사 1호 기록도 갖고 있는 그는 318명의 KTX기장 중 홍일점으로 근무하게 된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녀가 철도와 맺게 된 인연은 평범하지 않다. 1993년 대학을 졸업한 후 출판사 직원과 학원강사 등으로 일하다 여성도 전문직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수능시험을 다시 공부했다.
이때 눈에 띈 것이 철도대학. 1996년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기관사를 양성하는 철도대학 운전기전학과에 첫 여학생으로 입학했다.
98년 졸업 후 부산기관차 승무사무소에서 부기관사로 근무하다 2000년 기관사로 승진,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를 운전하며 무사고 30만㎞를 달성한 베테랑으로 성장했다. 2006년에는 고속철도 차량운전면허를 획득해 오늘을 대비했다.
사실 KTX기장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년이상 10만㎞이상 무사고를 기록한 일반철도 운전경험을 가진 기관사 중에서 적성, 건강상태, 무사고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발되고 12주 이상의 전문교육과정을 거친 후 국토해양부에서 실시하는 철도차량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면허취득 후에는 현장에서 2개월 이상의 실무수습을 받아야 한다.
강씨는 철도인으로 들어온 후에는 앞만 보고 달렸다."남성중심 문화가 강한 직장에 들어와 안전확보에 대한 중압감을 견뎌 내면서 잘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 열심히 일했다"고 밝힌 그는 직장생활에서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과감하게 휴직계를 내고 인도로 어학연수를 다녀올 정도로 당찬 면도 있다.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에는 여유를 갖고 주위를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그 때문인지 그는"여성이 육상에서 가장 빠른 고속열차를 운전하는 KTX기장이 된다는 것은 큰 개인적 영광이며 모두 선후배와 동료들의 도움 덕분"이라며 주위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현재 코레일에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와 광역전철 등에 22명의 기관사와 39명의 부기관사 등 61명의 여성 기관사가 근무하고 있다.
KTX기장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그는"직장생활에서 남녀차이 보다는 개인적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생각으로 일해왔다"며"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를 믿고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