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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스탠더드 재즈 앨범 낸 말로/ "이제야 몸에 맞는 옷 입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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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스탠더드 재즈 앨범 낸 말로/ "이제야 몸에 맞는 옷 입은 느낌"

입력
2009.04.0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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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상급 여성 재즈보컬 말로(본명 정수월ㆍ39)가 스탠더드 재즈 앨범으로 2년 만에 돌아왔다. 그동안 '벚꽃 지다''새벽 한강'과 같이 자신이 한국어로 직접 쓴 재즈 풍 곡들로 팬을 만나온 말로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스탠더드 앨범 5집 '디스 모멘트(This Moment)'.

이 앨범은 그 동안 공연 무대에서 주로 들려줬던 말로의 장기인 스캣(즉흥적인 보컬 연주)과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라틴풍 태핑 주법(기타의 몸통을 두드리며 현을 내리치는 주법)이 절묘한 궁합을 이룬 곡들이 주를 이룬다.

인터뷰를 위해 최근 만난 말로는 "이제서야 내 몸에 맞는 옷을 찾아 입은 듯한 느낌이에요"라며 스탠더드 재즈 앨범을 낸 기분을 전했다.

첫 트랙(데블 메이 케어ㆍ Devil may care)부터 폭풍처럼 말로의 스캣이 쏟아진다. 나긋나긋한 재즈보컬을 기대했다면 다른 앨범을 찾아보라는 듯 첫곡은 말로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여기에 그가 4집부터 함께 작업한 박주원의 스패니시 기타가 함께 춤을 춘다. 스캣이 말을 걸면 태핑이 답을 하는 식이다.

"주원씨가 클래식기타만 17년을 쳐와서 기본이 탄탄해요. 귀가 좋죠. 제 소리를 듣고 바로 소화해서 쳐요. 톤은 클래식하면서 주법은 집시풍을 따랐죠. 스캣과 태핑이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공교롭게도 결과가 정말 좋아요."

말로에게 왜 스탠더드 재즈 앨범을 냈냐고 묻자 그는 약간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사람들이 그 동안 저에게 좋은 곡을 기대한다, 편곡은 어떻길 바란다, 그런 말을 많이 했어요. 제가 곡을 만들기는 하지만 말로는 엄연한 보컬리스트에요. 제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음악을 만드는 게 아니라 노래를 부를 때입니다. 그래서 보컬에 집중하는 스탠더드 재즈 앨범을 항상 만들고 싶어 했어요."

스탠더드 재즈 앨범은 선곡이 중요하다. 대중적인 관심을 쉽게 얻으려면 평이하면서 익히 잘 알려진 곡을 편곡해 만드는 게 상업적으로 쉬운 길을 가는 방법이지만 아티스트의 입장에서 이는 도전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기에 받아들이긴 어렵다. 그렇다고 너무 대중과 격리된 난해한 재즈곡으로 앨범을 채우기엔 부담이 크다.

"내가 부르고 싶었던 곡, 무대에서 관객들이 좋아했던 곡, 기타와 함께 부를 때 맛이 사는 곡들로 모았어요. 특히 4번 트랙 '셔레이드(charade)' 때문에 이 앨범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에요. 팬들이 공연후기에 이 곡이 가장 좋았다는 글을 많이 남겼기 때문이죠. 그래도 1번 트랙을 타이틀로 했는데 이유는 뭐랄까. 뜸들이지 않고 곧바로 말로의 색을 보여드리기 위해서죠."

현란한 기타로 달리던 트랙들은 5번 '황성옛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집시풍의 연주에서 갑자기 가야금 탄현을 연상시키는 기타 연주로 돌변하고 말로의 보컬도 긴 여백으로 가득 찬다.

"고등학교 다닐 땐가. TV에서 이선희씨가 '황성옛터'를 부르는 걸 봤어요. 고운 고음으로 애절한 가사의 '황성옛터'를 거침없이 부르던 게 머리에 오래도록 각인 됐어요. 그 기억을 되새겨 앨범에 넣게 됐어요.

기타도 코드를 많이 치지 않고, 그냥 노래 옆에 기타가 있다는 정도만 듣는 사람이 알 수 있게 했고, 노래도 듣는 사람의 감정이 많이 담기도록 공간을 많이 비워서 불렀고요. 평소처럼 내지르지 않게 잔잔한 기타가 저를 잡아준 역할도 했어요. 여백을 많이 둔다는 건 즉흥적일 수 있다는 의미가 되고 그것이야 말로 진짜 재즈죠."

말로는 신보 발매에 맞춰 내달 4일 서울마포아트센터에서 단독공연을 갖는다. "앨범의 곡 그대로 연주하면 재미 없을 것 같아서요. 편곡을 충실하게 한 곡들로 들려 드릴 것입니다. 주원씨와 정적 속에서 차분히 부르는 보컬의 맛도 잘 느껴보세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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