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기업과 함께 '리스크 셰어링(Risk sharingㆍ위험분담)'을 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경제 위기를 조기에 극복을 할 수 있습니다."
신동규(사진) 전국은행연합회장은 30일 본지 인터뷰에서 "최근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는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은행권으로선 금융위기의 최대 피해자인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앞으로도 적극 동참할 것" 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11월 은행권을 대표하는 은행연합회장에 취임, 숨가쁜 나날을 보냈다. 그는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가교역할을 맡아 은행들의 자본확충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했고,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100% 만기연장을 이끌어냈다. 국내은행의 신용위험을 과대평가한 외국 신용평가사에 대해선 은행권을 대표해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현 국내은행 상황에 대해 "경기회복 시점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는 경영악화가 불가피하다"면서도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지난해 은행들이 자구노력을 통해 BIS 자기자본비율을 12%대까지 올려놓았고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 설립해 운영에 들어갔으며 ▦금융당국이 경우에 따라 공적자금까지 투입하기로 하는 등 '3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은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최근 국내외 기관들이 제기하고 있는 은행권의 과다한 외화차입 문제를 대해서도 "올해 만기 도래하는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금은 245억 달러 정도로 2,0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감안하면 결코 문제될 수준은 아니다"며 "최근 은행권의 외화조달도 원활히 되고 있어 지난해 11월과 같은 긴박한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10년전 외환위기의 핵심은 대기업이었다면 지금 위기의 중심은 중소기업"이라며 "은행들은 100% 대출 만기 연장 뿐 아니라 지난해 대비 50조원 이상의 신규 자금을 지원해 중소기업 살리기에 나설 것이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 몰린 돈이 실물 경제로 풀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나빠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4월말 대기업에 대한 재무구조평가가 시작되고, 6월말까지 산업 전반에 대한 평가가 일단락되면 은행들이 돈을 본격적으로 풀어 유동성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제도 개편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서도 신 회장은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우선 보험사의 지급결제허용에 대해선 "지급결제는 금융산업의 근간이 되는 것으로 미국, 일본, EU 등 금융 선진국들도 대부분 예금취급기관의 고유업무로 명시하고 있다. 단지 업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닌 금융전체의 안정성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면서 반대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산업자본의 은행 주식 보유한도(4%)를 확대하도록 허용한 금산분리법에 대해서는 "합리적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 회장은 "현재 현금을 쌓아 놓고 있는 산업자본에 주식 보유한도를 늘려준다면 국내 은행들이 자본확충을 보다 쉽게 할 수 있고 중소 기업에 대한 대출여력을 확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며 "특히 연기금의 은행 지분 소유 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산법 완화로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제한, 대주주 발행주식 취득제한 등 현행 규제제도를 감안할 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