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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나는야 세컨드 5 - 우리들의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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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나는야 세컨드 5 - 우리들의 리그

입력
2009.04.0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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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세상은 단지 두 집안으로 나뉜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박찬호- 마이너리그 때는 외로웠어요 혼자라는 생각에(마이너리그에는 사람 수도 훨씬

많은데…)

마이너리그 사람들은 사소한 모욕엘수록 목숨껏 화를 낸다

요즘 시 안 쓰나봐요, 안부를 물으면, 속으로

경멸한다. 천한 것들. 밥 먹는 것 못 봤다고 요즘 통 식사

안 하시나봐요 하다니 청탁이 없다고 시인이…

… 열등감만한 무기가 어디 있으랴

일 다녀보면 메이저리그의 수위 아저씨는

마이너리그의 사장님보다 더 무섭고 당당하다

미국인 선생을 위해 영어학원에서는 이름을 간다

아이 엠 톰 유 아 린다

꽃일수록 서양풍으로 처신해야 한다 그래도

마이너리그의 의자 수는 소파

메이저리그의 의자 수는 못임을 위안하지만

나라가 토끼 형상이라

우리는 유난히 눈들이 빨갈까 지구는

어디나 그럴까 우리가 아무래도 유난할까

덤으로 마음도 늘 메이저와 마이너로 나뉜다

거기서는 항상 먼지가 붕새를 쪼아 죽이곤 하지만

마이너리그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그려낸 이 시는 유머로 포장한 비애의 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 속한 사람들이 일 프로라면 나머지 구십구 프로는 마이너리그의 일원들.

메이저리그로 올라가지 못한 마이너리그의 사람들은 외롭고 열등감을 무기로 일상의 폭풍을 받아낸다. 나 역시, 당신 역시, 많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마음 속에서 마이너리그는 메이저리그를 언제나 이겨낸다고 시인은 말하지 않는가. 이 희망이 우리를 얼마간 위로하지 않는가. 아무리 메이저리그의 수위 아저씨가 마이너리그의 사장님보다 더 위풍이 당당하더라도 말이다. 결국 묻게 된다. 정말 이 두 리그가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제 삼의 리그는 어딘가에 있을까, 무지개 너머에?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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