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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획/ 소양호 어부 '수몰된 고향에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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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획/ 소양호 어부 '수몰된 고향에 살어리랏다'

입력
2009.04.0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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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가 매서운 이른 아침, 그늘을 깊게 드리운 소양호 물길 곳곳에 조그만 고기잡이 배들이 떠 있다. 이 곳은 강원 춘천시 북산면 대곡리로 주민이 11가구 15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다.

배 위에서 빙어 덤장(그물)을 걷어 올리던 40년 경력의 어부 박춘영(69)씨가 일손을 멈추고 수면아래를 가리킨다. "여기 물속이 한 20호 살았던 장마골이라는 동네야. 저쪽은 장터골이고…" 짙푸른 호수면 아래에 박씨의 고향마을이 잠겨 있다.

박씨처럼 수몰된 고향마을 위에서 빙어잡이로 생계를 꾸려가는 소양호 어촌계 회원은 춘천 지역이 20명, 인제 지역은 100여명에 이른다. 1973년 소양댐 완공으로 바다같이 거대한 호수가 생겼고 춘천,양구,인제 일대에 살던 2만여명의 주민들은 고향집이 물속에 잠기자 각지로 뿔뿔이 흩어졌다.

백수자(66)씨는 "시집 올 때는 저 밑으로 왔었는데 언젠가 수몰되어버렸지. 타지로 이사 갔다가 다시 돌아와 고향 언덕에 정착을 했는데 논밭이 다 물속에 있으니 해 먹을 것이 있어야지. 결국 고기 잡는 사람들을 따라 다니며 물고기 잡는 일을 배웠지." 라고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

이 곳은 오봉산, 가리산, 계명산 등 해발 700미터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 싸인 전형적인 산악 지역이다. 그러나 이 동네는 고기잡이 배가 바깥 세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기도 한 섬 아닌 섬마을이다.

그래서 이 동네에서는 아이들을 키우기 어렵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길도 없고 정기여객선도 없어 아이들을 배로 직접 통학시켜야 하는데 1년에 기름값만 800만원이 넘어 대부분 집들이 춘천 시내에 방을 잡아 놓고 두 집 살림을 한다고 한다.

"외지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으니까 좋은 점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제일의 청정지역임에 틀림이 없고 외부사람이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하니 마음 놓고 값 비싼 작물을 재배 할 수 있지요".

마을 뒷산에서 장뇌삼을 재배해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박영남(40)씨는 "국가의 필요에 의해 문전옥답이 수몰되어버린 농민들에게 정부가 산림지역이라도 임대해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냐"며 정부의 부족한 지원을 아쉬워했다.

대곡리 맞은편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 있다. 인제군 수산리 정자골과 통골.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건설된 소양강댐으로 인해 오지가 되어버린 마을이다.

해가 저물면 방안에 호롱불을 켜고 부엌에서는 등산용 가스등으로 밤을 밝힌다. 마을 이장 김종성씨는 "전기를 끌어 오려면 8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댐 전문가는 "댐이 건설되고 나서 한전과 정부에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지원을 하고 있지만 완전한 댐이란 없기 때문에 일단 댐이 들어서면 상류든 하류든 커다란 골칫거리를 안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책사업을 위해 양보하고 희생한 주민들에게 정부가 충분한 배려를 해주어야만 그들의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글.사진=신상순 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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