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AIG와 같은 사태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경제적 위기상황이지만, 소비자들이 보험에 대한 신뢰는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우철(61ㆍ사진) 생명보험협회장은 31일 본지 인터뷰에서 "금융위기를 맞아 보험 신규계약은 줄고 해약은 늘어 국내 보험업계도 자구노력이 없다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면서 "고객이 경제적으로 힘들 때 가장 도움이 되는 금융상품이 보험인 만큼, '고객을 위하는 길이 곧 보험사를 위한 길'이라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해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으로 위기대응에 전력하다 12월 생보협회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보험업계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강화시켰으며, 협회 및 생보업계에 임직원 급여 반납 등 일자리나누기 운동을 확산시켰다. 최근에는 금융권 산ㆍ학ㆍ연 협의단체인 금융산업협의회 의장을 맡아 전 금융업계를 포괄하는 금융위기 관리체계 개선방안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보험업계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 보험규제는 파생상품을 취급하지 못하게 하는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미국 AIG 사태와 같은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경기침체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힘들기 때문에 올해 보험영업 및 자산운용실적 악화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나 "생보업계가 과거 외환위기를 잘 헤쳐온 경험이 있는 만큼 정부의 위기극복 노력에 업계 자구노력을 보탠다면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신뢰 회복"이라고 주장했다.
고객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보험업법 개정안은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회장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 소비자 보호이기 때문에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분쟁시 소비자 승소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경영자가 설계사 교육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 과거 '동네 아줌마' 방식의 주먹구구식 보험영업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거라는 것. 그는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지 못했다"며 "4월, 늦어도 6월에는 반드시 상정돼 통과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변액연금보험으로 쏠림현상도 결과적으로는 고객의 신뢰를 떨어뜨린 것이 사실"이라며 "보험업계도 향후 보험의 기본인 '보장성 보험'에 집중함으로써 어려운 고객에게 실질적인 힘을 보태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과 갈등을 벌인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 논란에 대해 그는 "보험사가 통장을 만들고, 보험사가 은행이 되려고 한다는 식으로 곡해하지는 말아달라"면서 "다만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고 다른 금융권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보험사에서 개설한 계좌를 통해 급여이체, 카드대금결제, 공과금 납부 등을 할 수 있어 선택권이 확대될 뿐 아니라, 저축은행 신협 마을금고 등도 갖는 지급결제를 보험사만 못 가진다면 향후 보험업계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한편 이 회장은 이번 위기극복에 보험업계가 적극 동참함으로써 사회에 공헌하는 것은 물론 보험업계의 이미지도 쇄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생보업계는 비용절감을 통해 설계사 인력을 2만명 이상 증원함으로써 일자리 나누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 20년간 1조5,000억원을 들여 자살예방 등 사회공헌사업에 출연하고 있는 등 사회사업에도 앞장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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