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의료 인력 부족이 큰 사회문제인 일본에서 재정난을 이유로 시립병원의 문을 닫은 시장이 주민소환 투표로 탄핵 당했다. 일본에서는 비슷한 이유로 휴원을 검토 중인 공립병원들이 적지 않아 파장이 예상된다.
30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東京) 북동부 수도권 지바(千葉)현 조시(銚子)시 오카노 도시아키(岡野俊昭) 시장은 전날 실시된 해직청구 주민투표에서 찬성 2만958표(유효표의 62%)로 시장직을 상실했다.
사태의 발단은 오카노 시장이 지난해 9월 16개 진료 분야와 393개 병상을 갖춘 지바현 동부의 시립종합병원을 휴원한 것이다. 이 병원은 2006년까지 상근 의사수가 35명이었으나 지난해 초 17명으로 반으로 줄었고 원장마저 사의를 표명한 상태였다.
의사 부족으로 병원 운영 자체가 어려운 데다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시장은 지난해 7월 14개 과목의 진료를 중지키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6,000명을 넘는 입원ㆍ통원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기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태로 내몰리고 말았다.
주민과 시 의회는 2006년 시장 선거에서 "병원 존속"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했던 시장의 자질과 능력을 문제 삼아 서명 운동을 시작해 올해 2월 유권자의 3분의 1을 넘는 2만3,405명의 서명을 얻어 해직청구를 제기했다. 투표를 주도한 시민단체는 "병원 휴원이 계획성이 없으며 6,000명이 넘는 의료 난민을 만들어 냈다"며 새 시장 선거에서 자체 후보 추대를 검토 중이다.
일본의 의료 부족 사태는 2004년 후생노동성이 도입한 새 임상연수제도의 영향이 크다. 이전까지 의사자격증을 취득한 신진 의사들은 대학병원에 남아 전공 이외 분야의 의료 연수를 하면서 대학과 연계된 지방병원에 의료 인력으로 파견됐다.
하지만 새 제도 도입 이후 연수처 선택이 자유로워지면서 대학병원을 빠져나가는 인력이 늘었고 대학이 이 공백을 메우려고 지방병원에 나가 있는 의사들을 복귀시키면서 지방 의료 인력이 급격히 줄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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