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증시에 도전하는 중국 기업들의 행진이 올해도 잇따를 전망이다. 2007년 이후 우리 증시에 상장한 중국 업체는 현재 6곳. 그러나 중간 성적표는 초라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다 '차이나 디스카운트'(China Discount)로 불리는 중국 기업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일부에선 중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볼멘 소리도 나올 지경이다.
한국 증시에서 쏠쏠한 재미를 못 봤다는 얘기는 들어 알 법한데, 왜 중국 기업들이 앞 다퉈 국내 증시를 노크하는 것일까. 우리의 편견을 깰만한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있는 것일까. 궁금증을 풀기위해 5월 한국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계획인 중국원양자원유한공사의 현지 본사를 찾았다. 고급어종으로 차별화를 내세운 곳이다.
27일 중국 푸저우(福州)시에 위치한 한 어류창고에는 ㎏당 10만원을 호가하는 홍돔 우럭바리 등으로 가득 차있었다. 해산물에 대한 수요가 높은 중국에서 우럭바리 홍돔 상어 등은 최고급 어종에 속한다. 장화리(張化利) 중국원양자원유한공사 사장은 "중국 내 110여 개의 원양기업 중 인도양 심층에서 우럭바리 돔 상어 등 '고급어종'을 낚고, 그에 대한 연구개발 및 노하우를 가진 유일한 업체"라며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는 유류비, 조선비용에 대한 정부지원도 활발해 향후 수익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업체는 지난해 영업이익만 362억8,000만원 등 최근 3년간 연평균 114.7%의 고성장을 달성했다. 올해 예상매출액은 약 1,000억원이다.
높은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중국 증시가 아닌 한국 시장을 택하는 이유를 물었다. 장 사장은 "현재 중국거래소에서 신고서를 제출해 통과한 기업만 1,000여 곳에 달해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울러 기업공개(IPO)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중국은 아직 성장 단계라 보다 안정된 한국 시장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 증시 안착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터. 무엇보다 어려운 증시 상황이 발목을 잡을 것이다. 장 사장은 "2007년부터 거래소 심사를 받는 등 한국 시장에 상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최근 금융위기로 환율이 오르는 등 회사 발전전략에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주관사와의 협의를 통해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투자자들의 불신의 벽도 넘어야 한다. 외국기업의 국내 증시진출에 대한 관련 규정 및 법규가 미비하고, 관련기관과 업무 협조도 더디다. 왕영재 굿모닝신한증권 해외IPO팀장은 "정부와 거래소가 우리 시장을 알리는 데 적극 나서고 있지만 막상 투자자들의 선입견 때문에 중국 기업들이 저평가 되고 있는 부분이 크다"며 "한국 증시가 국제화하기 위해선 해당 시장의 지역적 관점에서 해당 기업의 성장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실제 국내 투자자들은 중국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사양산업'으로 치부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중국 기업의 한국 증시 진출이 늘어나면서 분위기가 차츰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식품포장 등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국내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주가는 급등하고 있다.
푸저우=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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