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모(43) 행정관이 안마시술소에서 입건됐다는 당초 경찰 설명과 달리 케이블방송업체로부터 술자리에 이어 성 접대를 받은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사건을 축소ㆍ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경찰은 성 접대 의혹에 대해 수사를 기피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30일 "김씨는 25일 오후 10시40분께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G모텔의 1층 객실에서 적발됐으며, 당시 인근 D룸살롱 여종업원과 함께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김씨가 룸살롱에 이어 '2차'로 모텔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본보 보도(3월 30일자 14면)와 일치하는 것으로 "김씨가 24일 밤 서교동 안마시술소에서 입건됐다"는 경찰의 당초 설명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이 청와대 직원이 성 접대를 받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 입건 사실이 알려진 28일부터 마포서와 서울경찰청은 모두 "안마시술소에서 단속했다"고 입을 맞췄고, 담당경찰관은 안마시술소 이름을 언론에 흘렸다. 모텔에서의 '2차' 성 접대를 숨기고, 개인의 단순 성매매 사건으로 축소하려 한 것이다.
마포서 관계자는 30일 "김씨가 청와대 행정관인 것을 뒤늦게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다른 경찰 관계자는 "청와대 관련 사안이어서 '보안유지'가 내려왔다"며 "서장도 중요 사안이기 때문에 직접 지휘부에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욱이 경찰은 김 행정관이 성 접대를 받은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수사에 소극적이다. 당시 김 행정관은 청와대 장모 행정관, 방송통신위원회 신모 과장과 함께 국내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 임원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다.
티브로드는 업계 6위인 큐릭스와의 합병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어 로비성 접대로 볼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 단계에선 성 접대 의혹에 대해 수사 계획이 없다"며 "성매매로 적발된 만큼 성매매 부분만 수사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이 김 행정관 입건 5일이 지나도록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점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경찰은 김 행정관의 성매매 대금과 모텔 비용 등에 대해 "누가 돈을 냈는지 아직 조사하지 못했다"고 밝혔고, 이날 뒤늦게 "김 행정관을 재소환해 조사하겠다"고 뒷북을 쳤다.
한편 김 행정관과 함께 접대를 받은 장 행정관과 방통위 간부도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마포경찰서는 "당시 김 행정관과 여자 한 명만 모텔에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지만, 다른 경찰 관계자는 "단속반이 당시 모텔에 남녀 3쌍이 들어가는 것을 본 뒤 기습 단속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술자리가 있었던 D룸살롱 종업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셋 모두 2차에 갔다가 한 사람만 경찰에 적발됐다"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날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31일 예정됐던 티브로드와 큐릭스의 합병 승인 심사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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