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제너럴 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 두 메이저 자동차 업체에 대한 추가 지원을 일단 보류했다.
두 업체가 제출한 구조조정 계획서가 국민 혈세를 지원 받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GM에는 추가 비용절감, 고효율 자동차 개발 등 보다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강구하도록 60일의 시간을 주었고, 크라이슬러는 독자 생존이 어렵다고 결론짓고 30일(4월 30일) 안에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피아트와 제휴협상을 마무리하도록 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백악관은 29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하고 30일 오전 발표했다.
미국 정부의 방침은 두 업체에 인공호흡기를 물 수 있는 시한을 연장한 것이지만, 내용에서는 예전보다 훨씬 강력한 쇄신 의지가 담겨 있다. 사실상 최후통첩이 될 이 시한 동안 두 업체가 정부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실업대란을 감수하는 파산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더 강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파산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백악관에서 가진 첫 e-타운홀 미팅에서도 "지난 수년동안 심각한 경영 잘못이 있었다"며 "뼈를 깎는 변화를 보여줘야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의 압박 강도는 이날 릭 왜고너(56) GM 회장이 전격 사퇴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언론들은 2000년부터 GM을 이끈 왜고너 회장이 백악관의 거센 사퇴 압박에 굴복, 정부의 지원방안 발표 하루 전 사퇴키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18일만 해도 "사임과 관련해 (백악관과) 어떤 대화도 없었다"고 했던 그가 이날 급작스럽게 사퇴한 것은, 백악관이 구조조정 방안을 최종 확정하면서 전제조건으로 그의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국민 혈세를 지원하는데 대한 여론의 분노를 삭이기 위해서는 주주, 채권단, 노조 뿐 아니라 경영진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백악관의 고위 관계자들도 왜고너 사퇴에 백악관이 개입했음을 시인했다.
1977년 GM에 입사해 92년 38세의 나이에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자리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던 왜고너는 방만한 경영과 금융위기의 파도에 휩쓸려 32년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정부가 업체의 경영진에까지 강력한 고삐를 죈 것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금융권 등에 대해 경영진 교체, 배당지급 금지 등 경영권에 직접 개입하는 조치를 이미 취하고 있으며, 이번 두 업체에 대한 최후통첩은 이 같은 조치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보너스 사태로 엄청난 파문을 불렀던 AIG의 파렴치한 행태가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촉발한 것으로 언론들은 분석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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