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엊그제 GM과 크라이슬러가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거부하고 생존 가능한 구조조정 계획을 새로 내놓지 못하면 파산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고 최후 통첩했다. 자동차산업이 미국경제의 기둥이고 고용효과도 크지만 그 점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구실이 되거나 납세자의 돈에 무한정 의존하면서 연명시킬 핑계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외부환경 변화를 외면한 고비용 구조와 시장수요에 역행하는 고연비 차량을 고집해 몰락을 자초한 경영책임을 물어 릭 왜고너 GM회장을 퇴진시켰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두 회사의 회생 가능성을 진단한 백악관 태스크포스(TF)로부터 "신속한 파산이 최선책일 수 있다"는 보고를 받고 "경영진 노조 주주 채권단 등 모두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TF는 216억달러의 추가 구제금융 지원의 조건으로, 크라이슬러에게는 30일 이내에 이탈리아 피아트와의 제휴협상을 완료할 것을 요구했고, GM에게는 새 경영진이 60일 이내에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파산카드'는 언제든 유효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업계의 반발과 대량실업 부담을 감수하면서 극약처방을 한 것은 민간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적당히 용인할 경우 엄청난 국민적 분노를 낳고 자동차산업의 회생도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금융기관 지원과 다른 이중잣대를 적용했다거나 민간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선 책임-후 지원'의 틀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해 보인다.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대마불사론이나 GM신화 같은 것은 없다고 공언하며 죽을 각오로 자동차산업을 뜯어고치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결단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 크다. 업계 대표인 현대차가 고환율과 혁신적 판매전략으로 미ㆍ일 등에 비해 상대적 이점을 누리고 있으나 마약 같은 그 효과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 현대차 노사가 어제 노노갈등까지 빚던 공장별 일감 나누기에 합의한 것은 다행이지만, 그것도 신차를 살 때 세제 지원이라는 정부의 선물을 노린 임시변통 성격이 짙어 오히려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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