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신한은행 간부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며 관리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박연차 리스트'가 금융권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박 회장과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50억원대의 수상쩍은 금품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 수사가 범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신한은행 김해지점장을 지낸 이모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박 회장이 주거래 은행이었던 신한은행 간부들에게 수백만원대의 금품을 수시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어느 날 박 회장이 사람을 보내 500만원을 주길래 거부하자, 박 회장이 직접 보자고 하더니 돈을 주더라"며 "이를 다시 거부하자 박 회장이 당시 신한은행장이었던 라 회장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라 회장이 그 돈을 대신 전해주겠다며 받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신한은행 영남본부 간부들 사이에서는 "받은 돈으로 회식을 했다", "계좌에 잘 넣어놨다"는 말을 거리낌없이 주고 받을 정도였다고 했다. 이씨가 지점장으로 근무했던 시점이 1995~98년이지만, 박 회장의 행태로 볼 때 이후에도 그 같은 관리가 지속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씨는"박 회장은 금품제공 등을 빌미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그 회사 명의로 대출해줄 것을 수없이 요구했고, 간부들의 지시에 따라 그대로 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불법적인 대출청탁 등의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는 것이다.
반대로 라 회장이 박 회장에게 50억원의 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검찰 계좌추적에서 드러나 의혹이 커지고 있다. 라 회장측은"가야컨트리클럽(CC) 지분을 인수해 달라"고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돈이 건네진 시점(2006년)이 미묘하다. 당시 신한은행은 LG카드 인수를 둘러싸고 다른 은행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검찰은 50억원이 라 회장 개인 자금으로 추정되고 박 회장 계좌에 4년 동안 그대로 보관돼 있는 것으로 볼 때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인수 로비청탁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할 예정이다. 검찰은 "아직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부분이 아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가 일단락 되면 본격적인 수사 착수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진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