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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사회 속의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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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사회 속의 과학기술

입력
2009.03.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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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부로 성공한 1%에 속하는 사람들의 전공은 무엇일까. 지난 해 말 어느 경제지 기자들이 취재해 책으로 낸 자료를 보면 재산 기준으로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40대가 가장 많았다.

이공계 부자들이 많다는 말에 의사들 때문이라고 지레 짐작할 수 있지만, 자연계와 의ㆍ약학계를 제외한 수치다. 엔지니어 계통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기술공학, 기계, 기능공학을 전공한 공학 관련자가 전체의 46.5%에 달했다. 의ㆍ약학계까지 합하면 전문대졸 이상의 최상위 고소득자 중 이공계는 무려 60%에 근접한다.

요즘 우리사회에 만연한 이공계 기피현상과는 사뭇 대조적인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 중 상속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은 6.7%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맨손으로, 그것도 기술을 발판으로 부자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최근 통계자료를 보면 산업체의 CEO 과반수 이상이 이공계 출신이다. 가끔씩 성공한 CEO로 있는 공학도들을 만나보면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전문 분야뿐 아니라 경영과 마케팅, 사회 전반에 관심과 경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다수가 독서광이거나 인문학 공부에 열심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지식이 인문과 사회학적인 지식, 경험의 융합으로 발전할 때, 사회적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일이다.

4월은 과학의 달이다. 1967년 4월 21일 과학기술처가 개청한 날을 기념해 1968년부터 과학의 날로 제정, 운영해 왔다. 국가 운영에서 과학과 기술의 육성과 창달이 국가의 중요한 기능으로 인정한 역사적 사건이라 할 것이다. 이후 우리는 과학기술이 척박한 불모지에서 세계 10대 과학강국으로 발전했다. 지금까지는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고 개량, 개선하는 역할로 경제발전의 한 몫을 훌륭하게 담당해 왔다.

이제 우리 과학은 지식기반사회에 걸맞게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원천기술의 개발이 절실하다. 그리고 과학과 기술의 인접 분야 외에 다양한 분야와 융합이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이다. 융합의 과학시대를 위해선 과학기술의 범주에 인문, 사회, 문화 분야가 포함되고 섹터간 왕성한 교류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인문학이 분석을 통한 비판과 통찰 그리고 의사소통에 필요한 이해와 포용을 증진시키고 나아가 창의력과 연구력을 키우는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주변에서도 과학과 공학이 인문, 사회, 문화 등 다른 분야와 교류하는 추세가 감지되고 있다. 이공계 대학의 야간 경영자 과정에서 인문학 강좌가 늘고 있으며 과학기술과 문화를 합친 행사들도 빈번해 지고 있다.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인은 호기심에 가득 차 있고, 어린아이 같은 열린 눈과 열린 마음으로 새로움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과학의 달 4월을 맞아 열린 눈과 마음으로 과학과 인문사회학이 서로 활발히 교류하는 따뜻한 봄을 기대해 본다. 과학기술계는 문학, 사회학, 철학 등으로 교양을 넓히고, 인문사회계는 과학과 공학으로 관심을 확장해 봄이 어떨지. 과학기술을 '사회 속의 과학기술'로 성장, 발전시키자.

금동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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