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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부터 '별, 시를 만나다' 연재/ 시인들 천문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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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부터 '별, 시를 만나다' 연재/ 시인들 천문대를 가다

입력
2009.03.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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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2009년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특별기획으로 오늘(30일)자부터 매일 2면에 '별, 시를 만나다'를 연재한다.

한국 신문 사상 최초로 1면에 신작 시를 게재했는가 하면, 지금도 월~수요일자에 연재하고 있는 '시로 여는 아침' 등으로 늘 시와 함께해온 한국일보가 천문의 해를 맞아 '별을 보고 하늘을 보고, 시를 읽으며, 마음을 열자'는 취지로 마련한 자리다.

별은 하늘의 무늬다. 이 무늬들은 긴 세월 동안 동서고금의 시인들에게 시적 영감을 제공해왔다. 하늘의 무늬를 직관해 시를 직조한다는 점에서 시인들은 어쩌면 생래적으로 유능한 천문학자인지도 모른다.

연세대 신촌캠퍼스 청송림 안에 자리잡은 연세대 천문대. 거대한 전파망원경이 우뚝 솟아있는 이 천문대에 지난 26일 다섯 명의 시인들이 찾아왔다.

'별, 시를 만나다'에 시를 쓸 시인 김기택(52), 이 원(41), 김경주(33)씨와 시의 해설을 맡은 시인 서동욱(40ㆍ서강대 철학과 교수), 김행숙(39ㆍ강남대 교수)씨는 이명현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의 안내로 천문대를 둘러보며 시의 소재로서의 별과 우주, 문학과 과학의 세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별, 시를 만나다' 에 시를 쓸 시인 50명은 모두 1957년 이후 태어난 이들, 20대에서 50대 초반의 청ㆍ장년이다. 1957년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소련의 스푸트니크 호가 처음으로 지구 궤도에 쏘아올려진 해이기도 하다. 30일 첫 게재된 시 '번개를 기다림'을 쓴 1957년생 시인 김기택씨가 "우주에 대한 두려움"으로 말문을 열었다.

김기택= 제 시에 없는게 우주, 천체, 사랑, 신이라 사실 곤혹스럽기는 했지요. 우주에 대해 쓰려고 하다가 범위를 좁혀서 '번개'에 대해서 쓰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우주를 상상하면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물리적인 우주공간은 우리 상상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지요. 좀 추상적이고 상상하기 두려운 공간인 것 같아요.

서동욱= 우주가 우리에게 말을 걸 때 '기상현상'으로 번역되지요. 지구에서 우주를 해석할 수 있는 창이 기상현상입니다. 그 앞에 느껴지는 두려움은 서구의 미학에서 '숭고함'이나 '장엄함'으로 해석됩니다.

김행숙= 인공적인 빛의 공해 때문에 도시에서는 별이 가난합니다. 낮에는 사람들이 별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기도 하고요. 하지만 낮에 뜨는 달은 그런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김기택 선생님은 '두려움'을 떠올렸지만 저는 보이지 않는 것을 잊지 않고 사는 '겸손함'을 떠올렸습니다.

이명현= 사실 망원경으로 보면 1등성은 낮에도 보입니다. 시인들이 직관으로 보는 것을 천문학자들은 관찰을 통해 볼 뿐이지요.

서동욱= 앞으로 시가 저지르는 과학적 오류를 잡아주실 것 같아 겁나는데요.

이 원= 천문학자의 관찰이나 시인의 직감이나 결국 다 만나는 것 아닐까요. 연재가 끝난 뒤에는 누가 '감'이 좋은지 서로 알게 되겠네요.(웃음)

김경주= 저는 '거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 별은 바위 투성이의 맨땅이지만 거리가 멀기 때문에 아름다우니까요. 현대의 시인들에게 별은 서정적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대상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시인들은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도취감보다는 언어 자체에 대한 관심이 지대합니다. 언어를 자기방식으로 도형화하는 데 별과 우주는 각별한 영감을 주는 대상이지요.

이 원= 저는 별 하면 더글라스 애덤스의 코믹 SF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가 떠올라요. 말하자면 반(反)서정적인 B급 상상력이 발휘된다고 할까요. 시라는 것은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비약이 심한, '허황된' 장르이지요. 그런 점에서 별은 시와 가장 닮아 있지요. 인간은 별에 닿았다고 하지만, 그것이 뭔지 모르고 상상만 하는 영역에 별이 있으니까요.

김행숙= 자연현상으로서의 별 시, 전파망원경이나 보이저호 같은 우주산업의 상관물에 관한 시, SF적 상상력을 발휘한 시, 과학사와 관련된 시 이런 것을 다룬 시들이 기대되네요. 별 시이지만 우주 전체가 들어가는 시, 중고 고물상적인 시가 나올지도 모르겠구요.

서동욱= '별, 시를 만다다' 연재가 인공물에만 갇혀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엄마와 태아 사이의 관계 같은, 우주 안에서의 인간의 운명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기대가 큽니다.

● 별, 시인 50명

강정 권혁웅 김경인 김경주 김기택 김민정 김소연 김언 김영승 김지녀 김행숙 나희덕 남진우 문태준 문혜진 박상순 박정대 박형준 서동욱 성기완 손택수 송찬호 신용목 심보선 안도현 안현미 여태천 오은 유형진 이근화 이문재 이영주 이원 이장욱 이정록 이진명 장석남 정끝별 정재학 조연호 조용미 조?진은영 차창룡 최금진 함민복 함성호 황병승 황성희 황인숙(가나다 순)

이왕구 기자

■ 윤동주 '별 헤는 밤' 등 名詩 소재로

아득한 옛날부터 시인들은 외로운 별처럼 우주에서 빛나고 사라지는 인간의 운명을, 우주와 별에 빗대 노래해왔다.

루카치가 말한 것처럼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었던’ 시대는 이제 사라졌지만 칠흑 같은 밤 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은 여전히 시인들의 시심을 자극하고 있다. 한국 시사에서 별은 수많은 명시의 소재가 됐다.

별은 종종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의 매개체가 된다. 정지용(1902~1950)은 아이가 어른이 되고, 동심이 사라져가는 아쉬움을 밤 하늘 너머 유성우의 사라지는 모습에서 떠올렸다.

‘별똥 떠러진 곳./ 마음해 두었다/ 다음날 가 보려,/ 벼르다 벼르다/ 인제 다 자랐오’(‘별똥’ 전문).

별은 손에 잡을 수 없는 무한한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유안진(68) 시인은 별을 따기 위해 발돋움하던 어린 시절의 정경을 통해 그 아쉬움을 형상화했다. ‘까치발을 딛고서도/ 내 키는 고작 160센티// 아무리 발돋움을 한들/ 네게 닿을 수 있을까보냐만// 도무지 포기할 수 없음이여/ 잠재울 수도 없음이여’(‘별따기’ 전문).

오작교를 통해 일년에 한 번 만나는 견우와 직녀의 전설처럼 별은 가슴 설레는 연정이 그대로 투영되는 대상이기도 하다. 김광섭(1906~1977)의 시 ‘저녁에’는 언제나 애송되는 사랑의 별 시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저녁에’ 전문)

가을이라는 계절의 비애, 조락에 대한 비감한 시심을 담은 윤동주(1917~1945)의 ‘별 헤는 밤’은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고 노래했던 그의 ‘서시’와 함께 한국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별 시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별 헤는 밤’ 부분)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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