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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논형] '신영철 대법관' 문제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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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논형] '신영철 대법관' 문제의 핵심

입력
2009.03.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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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대법관의 사퇴문제에 대한 일부 논의는 문제의 핵심을 흐리고 있다. 이 사건은 촛불집회가 옳으냐 그르냐 하는 문제도, 좌파니 우파니 하는 문제도 아니다. 문제는 촛불사건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법원 내부에서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행위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명백한 재판 진행권 침해

집시법의 야간집회 금지조항 위반으로 기소된 여러 건의 촛불집회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여러 단독 판사들이 재판하던 중 어느 한 판사가 적용법조에 대하여 위헌의 의심을 가지고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제청했다. 그러자 나머지 판사들은 헌재 결정을 기다리며 재판을 늦추고 있었는데, 법원장이 제청하지 않은 판사들에게 재판을 계속하라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대법원장도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이후 실제 재판을 진행하여 벌금형을 선고한 경우도 있었다.

법원장의 이런 행위가 재판의 독립을 침해했는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위헌법률심판의 구조를 알 필요가 있다. 이번 촛불사건과 같이 재판 진행 중에 그 사건에 적용될 법률조항이 위헌인지 여부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판사는 헌재에 물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재판한다. 동일한 사건들을 여러 법원에서 재판하는 경우에 어느 한 법원에서 해당 법률조항에 대해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하면, 그 법원의 재판은 중단된다. 적용법률의 위헌여부에 따라 유ㆍ무죄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조항을 적용할 다른 법원의 재판은 어떻게 되는가가 문제가 된다. 이치상으로는 이 경우도 모두 중단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보호에 충실하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이렇게 되어 있지 않다. 어떤 법원이 동일한 법률조항을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해도 이를 모르는 다른 법원은 재판을 진행할 수 있고, 유죄로 확정된 후에 헌재에서 위헌으로 결정되면 다시 재심을 하게 된다. 그 동안 피고인이 겪는 시간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현행 제도의 잘못이다.

이와 달리 다른 법원 판사가 재판에 적용할 법률조항이 헌재에 위헌심판이 제청되었음을 안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위헌 의심이 있는데도 재판을 계속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 경우, 판사는 자기도 같은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하여 재판을 중단시키거나, 아니면 심리기일을 늦추어 헌재의 결정을 기다려 재판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어떤 법원이 위헌심판을 제청한 경우에 이를 안 다른 법원의 판사는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자신도 위헌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ⅰ) 해당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하거나, ⅱ) 그러지 않고 심리기일을 늦추어 재판할 수 있다. ⅲ) 그러나 전혀 합헌이라고 확신하는 경우에는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 위헌심판 제청이 있었고, 이를 안 판사들은 자기 재판도 같은 조항을 적용해야 하기에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며 재판을 늦추고 있었다. 판사들의 이런 행위는 위에서 보았듯이, 선택 가능한 것이고 재판을 강행하는 것보다 헌법재판의 취지에 더 합당하다. 그런데 법원장이 이런 판사들에 대하여 위헌심판 제청을 하지 않으면 재판을 계속하라는 의사를 전했다. 이는 명백히 판사의 재판 진행권을 침해한 것이고, 판사의 판단에 개입한 것이다. 해당 판사가 어떻게 느꼈느냐 하는 것은 상관없다. 이는 법원 내부의 행정행위가 될 수 없고, 사법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행위다.

사실 은폐ㆍ왜곡 없어야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형사 단독판사들은 판사의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한 것이고, 이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 반면 법원장의 행위는 판사의 독립과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위헌 행위이다. 대법원 진상조사단도 이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이런 행위에 관여한 사람들의 책임문제다. 이는 법원내부의 조사로는 객관적일 수 없고, 독립된 제3자의 조사에 의하여 밝혀져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대법원은 사실을 감추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

정종섭 서울대 교수 · 새사회전략정책硏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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