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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진짜로 '조용한'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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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진짜로 '조용한' 귀국

입력
2009.03.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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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이 28일 밤 귀국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낙선하고 5월26일 미국으로 건너간 뒤 10개월여 만의 귀국이다.

이 전 의원은 조용한 귀국을 택했지만 그의 위상, 재보선과 사정정국의 미묘한 시점 등으로 미뤄볼 때 여권 내 역학구도나 흐름은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27일 새벽 미국을 떠나 일본 도쿄에 도착해 1박 한 뒤, 28일 밤 10시20분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 귀국 일정을 부인에게도 알리지 않아 공항에는 수행비서와 운전기사만이 마중을 나갔다.

취재진과 팬클럽도 나오지 않았다. 귀국 직후 이 전 의원은 경북 영양과 칠곡을 방문, 29일 부모님 묘소를 참배하고 경기 용인의 고 김수환 추기경 묘에 참배한 뒤 이날 저녁 서울 은평구 자택으로 돌아왔다.

조용한 귀국은 낮은 행보를 하겠다는 메시지다. 귀국 일성에서도 이런 의지가 읽힌다. 그는 29일 저녁 자택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현실정치는 현역 의원에게 맡겨놓고 나는 50년, 100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 등을 연구할 계획"이라며 "서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현실정치에 거리를 두겠다는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또 "지난 일은 다 털고 잊어야 한다"고도 했다.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을 피하면서 대학 특강이나 '나의 꿈, 조국의 꿈'이라는 제목의 책 집필활동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전 의원은 다만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 계획에 대해선 "들어왔다는 인사는 해야 할 것"이라며 "당의 어른들도 뵙고 인사드리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유력 인사들이 외국에 나갔다 공항에 올 때 사람들을 동원하는 공항정치의 구태를 깨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조용히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출국할 때 떠들썩하게 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달라진 이재오'를 강조하려는 몸짓이었다.

하지만 그의 귀국은 여권 권력지형 변화의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정치상황이 그를 가만 놔둘 리 만무하고, 본격 정치행보를 재개한다면 계파갈등이나 여권 주류 내부의 권력투쟁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당장 4ㆍ29 재보선이나 당협위원장 재선출, 새 원내대표 선출 등 일련의 정치일정에서 이 전 의원이 역할을 한다면 여당은 시끄러워 질 수 밖에 없다. 그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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