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서 흔히 보는 것은 연예인 차와 담배 피우는 여자들이다. 길을 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피우는 여자들을 보면 처음 담배를 배웠던 시절이 떠올라 조금은 서러워진다. 여자의 흡연이 금기시되던 때였다. 예술학교라 그나마 좀 나았지만 창립자 동상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여학생이 한 남학생과 시비가 붙기도 했다. 카페에서도 주위에 나이 지긋한 분이 있으면 담배 필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담배를 좋아한다는 말이 인터뷰 기사에 그대로 실려 곤혹스럽기도 했다. 단지 은유와 상징일 뿐이라고 어른들께 따로 설명해야 했다. 다섯 살짜리 딸애의 감시도 만만치 않았다.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다 들키면 엄하게 꾸짖기도 하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묻지도 않았는데 "우리 엄마는 담배 안 펴요"라고 말해 들통나게 만들었다. 담배를 피우면서 길을 걷는 것은 남자, 여자를 떠나 위험한 일이다.
키 작은 아이들이 화상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금연에 성공 중이다. 하지만 어느 구역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별안간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고 싶어진다. 빌딩 밖에 나와 서서 옹색하게 담배를 피우는 이들을 보면 금연하길 잘 했다 생각이 든다. 아예 담배라는 것이 없어지면 어떨까. 금연은커녕 담배가 절실해져서 밀주를 만들 듯 밀궐련할 듯싶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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