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수력발전이 새로운 용틀임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춘천 수력 2호기가 성능개선 공사를 마친데 이어, 오는 6월 춘천 1호기도 공사를 완료한다. 화천 수력도 이미 성능개선을 마쳤고, 청평 수력은 조만간 출력을 증강시킬 계획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친환경 에너지인 수력발전이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를 선도하는 에너지로 다시 발 돋음하고 있다.
수력발전이 전력 생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홍수 조절 등 치수(治水)를 통해 수해를 예방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한강수계 댐들은 수도권 지역에 용수를 공급해 시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산업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해 왔다.
한강수계 댐의 홍수조절을 위한 수문 조작은 모두 한강 홍수통제소에서 결정한다. 갈수기 용수공급도 한강수계 댐 통합 운영계획에 따라 정해진 수량만을 방류한다. 이 과정에서 전력 생산 뒤 방류된 물을 다시 팔당댐에서 취수해 수도권 2,200만 국민들에게 용수로 공급하는 것이다.
한강수계 관리차원에서 팔당댐과 그 상류 9개 댐의 수위와 방류량 등은 실시간으로 한강 홍수통제소에 통보, 댐 관리자가 임의대로 방류량을 조절할 수 없도록 철저히 관리된다. 한강수계 댐 관리자가 한국수력원자력(주)(이하 한수원)과 한국수자원공사(수공)로 나뉘어져 있으나, 사실상 홍수관리 등은 한강 홍수통제소의 일괄적인 관리를 받고 있다.
현재 수공은 다목적댐을 위탁 관리하고 있으며 한수원은 발전용 댐을 관리한다. 필자가 10여 년간 한강수계 댐 통합 운영협의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에 비춰보면, 관리기관이 둘로 나뉘어져 수질개선이 되지 않고 홍수조절이 어렵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발전용 댐을 다목적댐으로 전환, 수공이 관리해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일부의 주장에도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이러한 확신은 수공의 주장에 따라 댐 관리 일원화의 영향을 국가기관과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연구한 결과를 통해 더욱 굳어지게 됐다. 댐 관리를 일원화 한다고 해서 홍수조절 용량과 용수 공급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님이 분명히 드러난 때문이다. 오히려 1개 기관이 댐 관리를 전담할 경우 수자원 관리에 대한 국가의 통제기능이 약화되고, 수자원 독점에 따른 폐해가 우려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우리보다 물 관리 능력이 앞선 일본은 정부 출연기관인 '수자원기구'에서 다목적댐을 관리하지만, 홍수조절과 용수공급 기능만 수행한다. 발전사업은 법으로 금지되고 발전소는 별도의 발전회사가 운영한다. 발전사업은 홍수조절 및 용수공급과는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부분이 많아 물 관리에만 전념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수공이 발전사업까지 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전수익 증대에 우선 목표를 두고 댐을 관리하는 사례가 많아 감사기관으로부터 여러 차례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한수원은 발전 전문회사로 수력발전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이 오랜 경험에서 축적된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남한은 수력 발전량이 많지 않지만, 북한지역은 엄청난 수력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통일 이후를 내다본다면 한강수계 댐의 발전사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력발전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주춧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댐 관리권의 이전보다 이수(利水)와 치수(治水) 및 수질개선 기능을 포함한 폭 넓고 효율적인 댐 연계 운영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시급한 과제다.
허준행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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