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GNI 성장률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08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1만9,231달러였다. 2007년(2만1,659달러)에 처음으로 2만달러를 돌파한 지 불과 1년 만에 1만달러대로 내려 앉은 것이다.
1인당 GNI가 2만달러 시대를 마감한 가장 큰 이유는 환율 상승 탓이 컸다. 실제 지난해 원화로 환산한 국내총생산(명목 GDP)은 1,023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0% 증가했지만 환율이 연평균 18.7%올라 달러 기준으로는 오히려 11.5%가 감소했다.
하지만 당초 1인당 GNI가 1만7,000달러 내외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민간 연구기관들의 전망치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최춘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국민계정 기준연도를 기존 2000년에서 2005년으로 개편함에 따라 신용카드 등 그동안 관측되지 않았던 부분까지 반영돼 국내경제의 명목규모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회계 기준 변경으로 인한 일종의 '착시 현상'으로 1인당 GNI 감소폭이 예상보다 작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과 1,300원대의 환율을 적용할 경우 올해 1인당 GNI가 1만6,000달러내외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한 실질 GNI 성장률도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하면서 전년보다 0.8% 감소했다. 연간 실질 GNI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1998년(-8.3%) 이후 처음이다. 실제로 지난해 실질무역 손실액이 49조7,558억원으로 전년의 16조8,278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을 정도로 교역조건이 나빴다.
또 지난해 실질 GDP성장률은 2.2%를 기록해 지난해 1월 발표한 속보치(2.5%)보다 훨씬 낮게 나왔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실물 경기도 급속히 냉각됐기 때문이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성장률이 전년의 7.2%에서 3.1%로, 서비스업이 5.1%에서 2.5%로 낮아져 성장세가 현저히 둔화했다. 특히 건설업은 -2.4%로 2000년 (-3.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간소비도 5.1%에서 0.9%로 낮아졌고, 재화수출 증가율도 11.9%에서 4.1%로 떨어졌다.
최 국장은 "아직 추세를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올해 원자재, 원유, 물가 등이 지난해보다 안정될 것으로 예상돼 실질 GNI등 경제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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