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눈과 귀를 막기로 작정했나 보다. 26일 현대차 노조가 임시대의원 회의를 통해 확정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요구안을 보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월 기본급 8만7,709원(4.9%) 인상도 모자라 올해 결산 후 당기순이익의 30%을 성과급으로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 노조의 요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새 차종을 개발할 때 국내공장에서 우선 생산토록 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올 하반기 중국 공장에서 출시할 예정인 쏘나타 후속모델도 노조의 동의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해진다. '내 몫 챙기기'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국가 경제 위기도, 세계 자동차업계에 휘몰아친 구조조정도, 임금 동결을 통한 노사공생의 대타협도,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보이지 않는 것같다.
현대차 노조는 월급을 올려 받는 것은 물론, 연말에 5만 명이 당기순이익의 30%인 5,000억원(지난해 기준)의 성과급을 1,000만원씩 나눠 갖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업 생존을 위한 수출 경쟁력 향상이나 글로벌시장을 위한 투자와 생산은 막겠다는 태도이다. 게다가 투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조원의 절반 이상(56.8%)이 불신하는 상급단체 금속노조를 협상에 참여시키고,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안까지 통과시켰다.
공교롭게도 정부는 같은 날 10년 이상 된 차를 팔고 새 차를 사면 각종 세금의 70%를 깎아주는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내수 활성화로 판매 부진에 빠진 자동차업계를 도와주려는 취지다. 그런데 이런 노조라면 정부의 지원은 국민 세금으로 노조원들의 주머니만 채워주는 꼴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자동차 직원의 평균임금이 미국, 체코, 중국에 비해 높은데도 생산성은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을 질타하면서 "정부 지원에 앞서 노사가 특단의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야말로 "우리가 국가경제에 중요한 존재인 만큼 무조건 도와줄 것"이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노조의 자기 희생과 양보, 상생을 위한 회사의 결단만이 살 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