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한파 속에서도 국회의원 3명 중 2명은 지난해에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들이 지난해에 역대 최대치인 634억원의 후원금을 거두는 수완을 발휘한 데 이어 재테크에도 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7일 공개된 의원들의 지난해 말 기준 재산공개 변동 내역에 따르면 대상자 292명 중 187명(64%)의 재산이 늘었고, 감소한 의원은 104명(36%)에 불과했다. 1명은 변동사항이 없다고 신고했다.
재산 증가폭은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이 가장 컸다. 정 의원은 예금이 9억원 가량 증가한 반면 채무는 10억원 가량 줄어 총 21억4,000만원이 증가했다. 민주당 최인기, 한나라당 홍정욱, 조진형 의원 등의 재산도 10억원 이상 늘었다. 이들을 포함해 전체 의원의 35%인 103명의 재산이 1억원 이상 증가했다. 상당수 의원들의 재산 증액 이유는 예금 증가였다.
재산이 가장 많이 줄어든 의원은 현대중공업 주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 감소액이 무려 1조9,646억499만원이나 됐다.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은 부동산값 하락으로 211억원 가량의 재산이 줄었고 민주당 정국교, 한나라당 강석호, 자유선진당 이영애, 한나라당 서병수 의원 등의 재산도 각각 20억원 이상 감소했다.
재산총액에서는 정몽준 의원이 여전히 1조6,397억7,576만원으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한나라당 조진형, 민주당 정국교, 한나라당 김세연, 정의화 의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5선인 친박연대 서청원 의원은 1억438만원을 신고해 재산총액이 가장 적었다. 민주당 우제창, 민주노동당 곽정숙, 강기갑, 민주당 김충조 의원 등도 하위권이었다.
정몽준 의원을 제외할 경우 정당별 평균 재산은 한나라당이 30억4,797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한나라당은 재산총액과 증가폭에서도 상위 10명 가운데 각각 8명을 차지, '부자 정당'이라는 세간의 평을 재확인했다.
이어 창조한국당이 29억3,927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그 다음은 자유선진당(21억2,652만원) 민주당(19억8,636만원) 친박연대(11억9,765만원) 민노당(4억4,672만원) 등의 순이었다.
재산 증감 추이에서는 한나라당(-1억6,349만원)과 친박연대(-1억6,752만원) 창조한국당(-2억7,140만원) 자유선진당(-7,691만원)은 의원들의 평균 재산이 감소한 반면 민주당(1,498만원)과 민주노동당(8,706만원)은 증가했다.
한편 전체 의원 중 104명(35.6%)은 부모나 자녀 등 직계존비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특히 고지를 거부한 의원 중에는 초선 의원이 42.3%(44명)나 돼 논란이 예상된다.
직계존비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한 의원들을 정당별로 보면 한나라당은 이상득 의원과 이윤성 국회부의장 등을 포함해 62명으로 가장 많았다. 민주당은 문희상 국회부의장과 김부겸 교과위원장 등 25명이었다. 자유선진당에서는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대표 등 소속 의원의 50%인 9명이 직계존비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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