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통합법안에 대한 국회 공청회에서 한 야당 의원이 의미 있는 말을 했다. 정부ㆍ여당의 일방적 통합 방침에 대해 "이보다 덜 중요한 문제도 연구용역을 좋아하는 정부가,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하지 않은 게 참으로 안타깝다"며 "가장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할 국회가 이렇게 처리한다면 누가 국회를 신뢰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걱정스러운 토공ㆍ주공 통합
전문기관의 타당성 연구용역이 중요한 이유는 국민경제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지만 법제적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두 공사의 통합과 같이 공익 목적의 제도 개혁은 개혁을 통해 얻는 공익과 잃게 되는 공익을 비교 형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것이 헌법상 기본 원리인 형량법리(衡量法理)이다. 올바른 비교형량을 위해서는 통합이 국민경제에 주는 영향과 이익을 엄밀하게 산출하는 전문기관의 연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법치국가에서 국가의 기능과 공익 등은 모두 헌법과 법에서 나오는 규범적 가치이므로, 국가가 공법적 제도 개혁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헌법 합치적 정책판단을 해야 한다. 구체적 헌법 조항뿐만 아니라 헌법의 이념적 기초인 지도 원리에도 어긋나지 않는 정책이라야 비로소 합헌성을 갖게 된다. 만약 두 공사를 통합해서 얻는 공익이 기존 제도의 유지를 통해 얻을 공익보다 적은데도 불구하고 통합을 강행한다면 위헌성을 면치 못한다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심각한 경제상황은 더 이상 두 공사의 통합 논란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 어찌하면 두 공사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지, 주택공사에 들어가는 재정투입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그런데도 급하다고 해서 검증되지도 않은 통합을 강행해 헌법상 형량법리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연구 검토할 시간이 없다면 두 공사를 통합하면서 헌법에도 합치되는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단순 통합처럼 그 결과에 대한 아무런 확신도 검증도 없어 공익의 비교형량조차 불가능한 방안보다는 통합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관련 공기업들이 가진 기능의 시너지 효과를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미 그런 효과가 검증된 해외 사례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령 싱가포르와 같은 곳은 국가 공기업을 총괄해 엄청나게 효율성을 끌어올린 테마섹(Temasek)이란 공익지주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개별 공기업의 기능을 최대한 살리면서 관련 공기업 간 연계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산업 분야별 공익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국회에 법안으로 발의된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인 토공ㆍ주공ㆍ도공ㆍ 수공 등 4대 공기업을 하나로 묶는 공익지주회사 설립은 타당성과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본다.
효율적 통합 방안 찾기를
정부가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위해 추진하는 4대강 정비와 광역경제권 선도사업 등을 SOC 공익지주회사가 추진하면, 4개 공기업 간 연계 시너지를 통해 사업기간 단축 등 국가 경제 살리기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 압축된 SOC 관련 노하우와 향상된 신용도를 통해 해외 SOC 시장에서도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도 기대된다.
이처럼 관련 공기업들을 지주회사로 통합하는 방법은 공익적 비교형량으로도 현 상태보다 나빠질 위험이 거의 없어 형량법리에도 반하지 않는다. 공기업 개혁과 더불어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에 가장 합헌적이고 효율적인 통합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석종현 한국법제발전연구소장 · 단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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