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비행체 발사를 준비하면서 주변국에 긴장이 확산되고 있다. 큰 오차 없이 발사가 진행될 경우 비행체는 연료가 소진된 1단 추진체를 동해에 떨어뜨린 뒤 일본 북부 상공을 지나 태평양쪽으로 날아가게 된다. 비행 궤도 바로 아래 있는 일본의 반응은 어느 나라보다 민감하다.
일본 전역의 군사적 긴장감
29일 아침 패트리어트 미사일 발사기와 레이더 등 장비를 실은 특수차량 60여대가 시즈오카(靜岡)현의 항공자위대 하마마쓰(浜松)기지를 출발해 시즈오카시 시미즈(淸水)항에 도착했다. 화물선에 선적된 이 차량들은 오후에 북부 아키타(秋田)와 이와테(岩手)현 자위대 주둔지로 이동했다. 북한이 발사할 비행체가 지나갈 지역들이다. 전날에는 스탠더드 미사일을 탑재한 해상자위대 주력 이지스함 2척이 동해로 출항했다.
전시 작전을 방불케 하는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 정부가 27일, 사상 처음으로 발동한 북한 비행체 '파괴조치명령'에 따른 것이다. 오발사로 비행체가 일본 영토 내에 낙하할 경우 자위대가 실시간으로 요격하라는 명령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일본 정부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드러난 일본 정부의 기술적인 대응 방식이다.
방위성 장관은 안전보장회의에서 결정된 '파괴조치명령'을 자위대에 발동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발표했다. 국가 안보 및 군사 작전에 직결되는 안전보장회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뿐 아니라 일본 정부는 이후 전개된 자위대의 미사일방어(MD)용 지대공, 함대공 요격미사일 배치 상황을 거의 낱낱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정부가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결과는 정반대인 것처럼 보인다. TV 등 일부 언론들이 연일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 대응 공개가 북한의 비행체 발사 예고라는 화인(火因)에 기름을 붓고 있는 꼴이 되고 있다.
북한이 실제로 비행체를 발사하기 전에 이런 불안의 시비를 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과거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일본에 얼마나 큰 안보 위협이었는가를 평가할 수는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지표가 주식시장의 반응이다. 2006년 7월 5일 새벽 대포동 2호 발사 때 일본 닛케이(日經)지수는 당일 0.74% 하락해 증시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증시에는 안보 불안감 없어
이번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대에 장착했다'는 기사가 나온 직후인 26일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오히려 1.84% 올라 2개월 반 만에 8,600선을 넘어섰다. 예상보다 호전된 미국의 경제 지표, 경기 회복을 위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 움직임 등이 자극이 됐다. 적어도 증시는 북한의 움직임을 중대한 안보 불안 요인으로 믿고 있지 않는 듯하다.
물론 증시의 움직임을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한 평가나 대처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입으로 "냉정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군사 작전까지 공개하며 불안을 부추기는 일본 정부와 언론보다 이런 때는 증시를 믿어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하고 싶다. 이미 예고까지 된 데다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악재에 주가는 동요하지 않는다.
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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