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이 비행체의 궤도 아래 있는 일본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사전 요격 명령을 발동하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자국 영해와 영공에 낙하하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다는 것이지만 군사적 긴장을 부추기는 '정치쇼'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자위대는 방위성 장관의 '파괴조치명령'에 따라 28일 미사일방어(MD) 체제의 일환으로 도입한 지대공 요격미사일(PAC3)을 북한의 비행체가 통과하는 북부 아키타(秋田), 이와테(岩手)현 자위대 기지로 이동 배치한다. 동해에도 해상 요격 미사일(SM3)을 탑재한 이지스함 2척을, 태평양에도 이지스함 1척을 보내 비행체 감시에 나선다.
북한이 국제기구에 통고한대로 비행체가 정해진 궤도를 날아 떨어질 경우는 요격 자체가 불가능하다. 동해에 낙하할 1단 추진체가 일본 영해에 가장 가까이 떨어진다고 해도 아키타현 서쪽 130㎞ 해상이다. '파괴조치명령'의 근거인 '인명 또는 재산의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문제는 북한의 기술이 정교하지 못해 인공위성이나 미사일이 예상한 궤도를 벗어나 일본 영해나 영토로 낙하하거나 로켓 부품 또는 추진체가 일본에 떨어질 가능성이다. 이 경우 자위대는 MD 체제를 가동해 1차로 이지스함에서 SM3 미사일을 발사하고, 실패할 경우 고도 30㎞ 이하에서 PAC3로 2차 요격을 시도한다.
하지만 MD 체제는 현재 탄도를 확인 가능한 시험 발사에서도 100% 요격이 불가능한 상태다. 궤도를 벗어난 비행체를 얼마나 정확하게 요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위대가 요격에 실패할 경우 내년 말까지 1조엔을 들여 PAC3를 11개 기지에 배치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거세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군사평론가 마에다 데쓰오(前田哲男)씨는 교도(共同)통신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파괴조치명령을 내리고 이지스함이나 PAC3 배치 등 과장된 대응을 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을 부채질하기 쉽다"며 "'국민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정치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에 MD를 실전적으로 운용하려는 절호의 기회로 보는 자위대의 생각도 투영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사이 모토후미(淺井基文) 히로시마(廣島)시립대 히로시마평화연구소장도 "북한이 우주조약에 가입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가 미사일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말 바꿔치기며 '군사적 위협이 있다'고 여론조작을 하는 것 같다"며 "군사적 대응이 제일이라는 발상을 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 재산을 지키겠다면 단순히 북한에 자제를 요청하는데 그치지 말고 외교적 수단을 통해 기술수준을 확인하든가, 일본에 절대 낙하하지 않도록 담보할 것을 요청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는 것은 '북한은 악'이라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어주려는 임시방편적인 대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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