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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기자의 캔버스] 취임 한달 배순훈 관장의 원론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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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기자의 캔버스] 취임 한달 배순훈 관장의 원론 간담회

입력
2009.03.2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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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CEO 출신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화제를 모은 배순훈(66) 관장. 그가 지난 23일 취임 한 달을 맞아 미술관 운영의 비전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연다고 해서, 과천을 찾았다. 대우전자 사장 시절 '탱크주의'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큰 성공을 거뒀던 그였기에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이날 배 관장의 첫 마디는 "와 보니까 할 일이 진짜 많아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관장 직이) 미술작가나 평론가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배 관장 이전에는 미술계 인사들이 관장을 맡아왔다. 그는 임기 중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세계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시 이전 관장들을 언급했다.

"작가들은 세계로 진출하고, 평론가나 큐레이터들도 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오는데 미술관 운영만 수준이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미술관을 운영한) 미술전문가들이 지금껏 세계화는 생각을 안 해왔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마추어들이 운영해온 것처럼 보인다"며 수위를 높였다.

그는 또 "국립현대미술관의 지난 40년 중 정부 관리가 20년, 미술 전문가들이 20년간 관장을 해왔지만 새로운 시대에는 미술관 전문경영인이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향후 10~20년간 맡아서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것이 지난 한 달간 공부한 결과"라고 말했다.

전임자들의 잘못을 아는 것도 물론 새 출발을 위해서는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 최고경영자, 장관 출신의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배 관장에게서, 그것도 미술관의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들을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말이었다.

그는 역점 과제로 말한 '세계화'의 구체적 방안을 물어보자 "외국인 관람객이 많이 오고 우리 전시를 해외에 많이 소개하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또 이날 배포한 자료를 통해 기무사 터에 들어설 서울관 건립을 위해 세계적 건축가 5명을 선정, 국제경쟁 설계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막상 그 내용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정부로부터 이관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아이디어 차원"이라는 답을 할 뿐이었다.

배 관장이 아마추어라고 부른 이들 중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의 세계화를 말한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다시피 한국의 국립미술관은 세계화는커녕 국내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다. 말로만 되는 일은 없다. 자칭 전문경영인 관장이 왔으니 지켜봐야겠지만, 그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 받은 느낌은 씁쓸했다.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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