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사랑과 에로티시즘' 강좌 시간에 학생들이 던진 솔직한 질문에 무척 놀랐습니다. 영화 속의 에로티시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개인의 경험을 빌리는 수업 방식을 써봤는데, 영화의 별난 효용을 확인한 셈이죠."
<멀티미디어 시대에 교실로 들어온 대중 예술> (일빛 발행)에는 박성봉(53)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교수의 최근 2년 경험이 고스란히 농축돼 있다. 책은 영상매체의 마력에 막 빠져들 무렵의 청소년들을 최종 타깃으로 한다. 그러나 논의의 수준은 여느 대중문화 서적을 능가한다. 교사들을 위한 실제적 교육지침서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호기심 왕성한 자녀들를 둔 부모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라 해도 손색없는 전개다. 책이 공포영화를 기점으로 한 것은 실제 매 학기 첫 수업의 주제가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
'교실로 들어온 공포물'이라는 제하의 첫 장에서는 '고깃덩어리로서의 육체와 영혼의 문제' 등 이른바 '잔인 미학'이 요즘 학생들에게 심리적ㆍ미학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가 다각도로 검토된다. 이어 SF, 폭력물, 에로티시즘 등 장르별 논의는 물론 만화, 전자오락게임 등도 영상매체라는 관점에서 다뤄진다.
박 교수가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마친 뒤 1980년대 10년 동안 유학한 스웨덴의 명문 옵살라대학에서의 경험도 함께 정리해 나간다. 그래서 이 책은 영화를 주제로 한 '비교 문화학' 서적이라 할 만하다.
"(학생들을 방치해 둘 수 없다는) 일종의 윤리적 의무죠. 또 대중예술을 교육 콘텐츠로 생각하는 계기도 됐으면 합니다." 앞으로 이 같은 주제를 갖고 일선 교사나 관련 부처와 어떤 콘텐츠를 구상할 수 있을지 블로그 등을 통해 적극 검토ㆍ논의하겠다는 박 교수의 다짐이다. 그는 풍부한 함의를 지닌, 좋은 영화로 '팔월의 크리스마스'를 꼽았다. "시종일관 상상력을 자극하는, 디테일의 천국 같은 영화예요. 이런 영화를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 콘텐츠로 적극 활용해야죠."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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